"해외발 공급충격 장기화, 물가중심 통화정책 바람직"…기준금리 인상 시사
"물가만 보고 빅스텝 결정하지 않아…환율·이자부담 등 고려해야"
"한미 금리차, 숫자에 얽매일 필요 없어…환율·자본유출 여부 보며 유연하게 대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 경로(상승률 연 4.5%)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 총재 "기대인플레 제어 못하면 고물가 굳어질 수도"(종합)
그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5월 26일)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금통위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졌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이달 배럴당 120달러 안팎으로 크게 오른 사실 등이 근거로 거론됐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 식량 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물가 관리 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2% 수준까지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으면 7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물가 올랐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 영향, 변동금리 채권이 많은 만큼 가계 이자 부담 영향, 자본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금통위원들과 상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 "금리 격차 숫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내외 금리차를 어떤 수준에서 꼭 방어해야한다는 경제 이론도 없다"며 "내외 금리 차이가 생길 때 우리나라만 생기는 건지, 다른 주요 국가도 미국 금리와 차이가 발생하는지, 그에 따른 환율과 자본유출 영향이 어떤지, 그때그때 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성장 둔화, 주요국 금리인상 가속 등에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 질문에는 "우리나라가 몇 퍼센트 성장하면 경기가 침체한 것인지 여러 견해가 있지만, 우리(한은)가 파악하기에는 올해 성장률이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웃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