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용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인 연 4%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급전 조달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가 잇따라 오를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4.517%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10월 28일(연 4.52%)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7일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2012년 4월 2일(4.02%)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대에 진입했는데, 약 열흘 만에 연 4.5%대에 올라서면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9월까지 연 1%대에 그쳤다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같은 해 11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채 금리 상승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친 결과다. Fed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을 강하게 드러냄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뛰어올랐고, 이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또한 여전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연 1.75%로 같아진 상태다.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밟고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게 되면 한·미 간 금리는 역전되게 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최고 연 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금리 인상기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카드론 금리는 빠르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는 식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회사채 의존 비율이 절대적으로 크다. 카드사들은 전체 자금 조달의 약 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채 발행 비용이 늘어나면 증가분이 그대로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4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2.98%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연 13.66%) 대비 0.68%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우대금리, 특판 금리 할인 등의 조정금리가 카드론 금리 인상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조정금리가 빠르게 축소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의 경우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출에 속하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 금리가 오를 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 금리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여전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카드론 금리가 오르는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