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기관들이 나서 탄소중립을 외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국내 ESG 채권 누적 발행액도 180조원을 넘었는데요.

ESG 금융시장은 커졌지만 ESG 사업 옥석가리기를 위한 평가기준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경제부 신용훈 기자와 짚어봅니다.

신기자 ESG경영하면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금융사에서 ESG 경영을 한다 좀 생소하거든요.

금융사들은 어떤식으로 ESG 활동을 하는지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주된 방식은 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사회책임투자채권(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채권은 친환경,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자금이 사용되는 채권을 말합니다.

채권의 종류는 크게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이렇게 3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채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국제자본시장협회에서 채권의 투자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반 채권하고 가장 큰 차이점이 투자를 어디에다 하는지 부분이 되겠군요.

<기자>

투자처가 ESG 영역에 있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일반채권하고 또 다른 점은 사회책임투자채권은 해당 관리체계가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요.

채권 발행 이후도 자금사용 현황이나 환경·사회적 개선 효과 등에 대해 연 1회 이상 한국거래소에 정기보고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의 사회책임투자 채권 상장잔액이 총 4조4,52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거래소에 대부분 상장을 하게되는데요 이 금액이 곧 해외발행액을 제외한 국내 발행액이라고 볼 수 있음)

일반기업 포함한 전체 사회책임투자채권 상장잔액이 180조원임을 감안하면 2.4%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나마 5대지주와 은행가운데는 KB가 지주와 은행을 합쳐 1조4,400억원으로 국내 사회책임투자채권 발행규모가 가장 큽니다.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에 ESG위원회 신설하기도 했고, 시중은행 가운데는 처음으로 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한 만큼 채권 발행규모도 앞서가고 있는 모습이고요.

우리금융지주와 은행이 1조2천억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ESG금융 100조원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등 12개의 ESG관련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농협과 신한이 7,170억원과 6,600억원 수준 이었고, 하나는 4,350억원으로 국내 ESG 채권 발행규모가 가장 적었습니다.

5대 금융지주 외에 눈에 띄는 곳은 기업은행 인데요 사회책임투자채권 발행액이 8조 1,200억으로 5대 금융지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경우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대출지원 위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들 규모가 코로나19로 확대되면서 채권 발행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자금조달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금융사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채권발행 이외에 금융사들이 ESG확대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뭐가 있나요?

<기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거나, 금융자문을 해준다든지, 사회 인프라 구축이나, 환경보호 사업에 대한 지원 등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이다 보니까 ESG 관련한 예적금이나 금리우대 대출 상품 등도 많이 내놓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예적금 가입자가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 우대금리를 준다든지 ESG 평가우수기업들한테는 대출 금리를 우대해 준다든지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금리를 우대해주는 친환경 차 전용 오토론도 등도 있습니다.

<앵커>

ESG 평가우수기업들한테 금리 우대해 준다고 했잖아요.

그럼 ESG 평가는 어떤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사실 이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우리 대출받을 때 담보가치나 신용 등급 등을 심사해서 대출 이자가 결정되는 것처럼 ESG 금융 역시 ESG 사업가치나 그간의 성과 등에 따라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일반 대출하고 똑같습니다.

다만 평가시 적용되는 기준은 일반 대출하고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ESG 평가 모형을 사용합니다.

현재 금융사에서는 최초로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이 공동개발한 '신한 ESG 모형'과 '신한 지속가능 모형'이 있는데요 5월 말에 개발된 이 모형은 기업의 ESG 수준을 7개 등급으로 평가하는데요.

데이터 규모가 비교적 큰 기업을 시작으로, 중소기업까지 평가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ESG 채권이나 펀드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 ESG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평가과정이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요?

<기자>

블랙록과 뱅가드, JP모건 같은 유수의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ESG 요소를 주요 잣대로 평가하고 있고, 국내에선 국민연금이 자산의 50%를 ESG투자 기준 적용해서 투자한다는 계획인 만큼 ESG 관련 투자는 늘어날 것이고 이렇게 되면 ESG 평가기준에 대한 중요성도 날로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평가시스템 구축하는 부분에 대해서 금융사들은 어떤식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내부적으로 ESG위원회 만들고 자체 ESG 사업은 충실히 추진이 되고 있지만 투자를 위한 평가 시스템은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때문에 해외 기관의 ESG 가이드라인을 참고 하거나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요.

하지만 이 역시도 평가결과를 계량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별 평가기관들의 기준은 그 기준도 천차만별인데다 결과 값 차이도 크다는 문제도 있고요.

때문에 ESG 금융에 적합한 평가 기준이 확립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고, 기업투자에 ESG가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그린워싱 문제도 대두되고 있지요?

<기자>

실제로는 ESG 기업이 아닌데 마치 ESG 기업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라든지 사업 추진 방식이 친환경 적이지 않은데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말씀처럼 그린워싱 이라고 하는데요.

최근에 불거졌던 그린워싱 분쟁중에 호주와 국내 에너지 기업이 함께 추진 중인 가스전 사업관련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업은 CO2 프리라고 홍보를 했던 사업이거든요 하지만 가스전 사업이 탄소배출을 일으킨 다는 점, 파이프 라인이 호주의 티위섬 바로옆을 지나가면서 바다 생태계를 해친다는 점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NGO단체와 원주민들이 한국수출입은행하고 무역보험공사 상대로 '투자하지 말라'면서 가처분 신청을 낸 경우 입니다 .

물론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쟁은 국내외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ESG 기준이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이 되면서 그린워싱 기업과 사업을 둘러싼 분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ESG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좀 더 명확하고 직관적인 ESG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겠습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신용훈기자 syh@wowtv.co.kr
국내 ESG 채권발행 180조..그린워싱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