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가시화하면서 올해 네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7월 14일)까지 3~4주 남았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연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빅스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이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졌다. 당장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연 1.75%로 같아졌다. Fed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밟고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면 한·미 간 금리는 역전된다.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도 한은에 부담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53.74로, 전달(148.38)보다 3.6% 올랐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36.3%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7월 금통위가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면서 경제 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서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달리 가계부채 부담이 큰 한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빅스텝까지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