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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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밀키트 부대찌개에 먹기 편하게 라면사리가 포함돼 있으면 좋겠는데….’

평소 하고 있던 이런 생각이 현행 법대로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16일 알게 됐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단체급식업체 아워홈의 공장을 방문한 내용을 취재하면서다.

오 처장은 이날 취임 후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기가 높아진 간편조리세트(밀키트)·가정간편식(HMR) 생산설비를 찾았다. 아워홈 경기 안산 공장은 연면적 3만3384㎡ 규모로 즉석 섭취식품, 즉석 조리식품, 햄 등 25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김태준 아워홈 사장, 이호준 제조본부장, 오지영 연구개발(R&D) 연구소장 등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워홈 관계자들이 건의한 핵심 내용 중 하나가 “간편조리세트 내 상온 제품 유통 및 포장 규격의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밀키트에 적용되는 식약처의 ‘보존 및 유통관리 규정’에 따르면 상온 또는 냉장 제품은 재냉동해서 유통할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이 냉동 밀키트에 상온의 건사리면을 포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밀키트에 면을 포함하려면 사리면을 한 번 뜨겁게 삶아 급속 냉동한 뒤 포장해야 한다. 아워홈 관계자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사리면 삶는 공정을 추가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감내할 만한 가격으로는 생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냉동 밀키트를 생산하는 롯데푸드, 프레시지 등 식품회사들은 식약처에 이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지속해서 건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밀키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입맛은 다양해졌는데, 규제 때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냉장 밀키트는 구매 후 2~3일 내에 섭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냉동 밀키트는 유통기한을 최장 1년까지 늘릴 수 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이 냉동 밀키트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신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재포장을 요구하는 규제는 생산자에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냉동 밀키트에 라면사리 못 넣는 비현실적 규제

식약처가 “반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식품업계의 규제 개선 요청 사항에 변화를 기대해볼 만한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민건강 증진’이란 명분으로 생활의 변화를 좇지 못하는 비현실적 규제가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란 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언제나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는 오 처장의 공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