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풍화로 매년 1㎝ 침식…불법거래도 만연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동북지역의 비옥한 토지 '흑토(黑土)가 침식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中 동북 곡창지대 '흑토' 급감…30% 유실
16일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109만㎢에 달했던 동북지역 흑토층의 표면이 해마다 1㎝ 이상 침식, 이미 전체 면적의 30% 이상이 유실됐다.

흑토층 유실의 가장 큰 원인은 여름철에 집중되는 폭우다.

2019년 중국 수리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동북지역 전체 흑토층 면적의 20%인 21만8천700㎢가 비에 의해 유실됐다.

매년 6∼9월에 집중되는 폭우 때마다 경사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흑토 유실이 발생하고 있다.

풍화 작용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과학원이 작년 발표한 '동북 흑토 백서'에 따르면 풍화에 의해 동북지역 전체 흑토층 면적의 11.1%가 침식됐다.

매년 4∼5월 황사를 일으키는 강한 바람에 봄철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뭄까지 겹치는 탓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간과 기계화 농업 확대로 흑토의 유기질 함량이 점차 감소하는 퇴화가 이뤄져 흑토의 생산력 저하까지 나타나고 있다.

헤이룽장 흑토보호이용연구원 류제 원장은 "기계로 땅갈이를 하면 유기질이 풍부한 흑토 표면층이 밑바닥의 굳은 지층과 교체되면서 지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헤이룽장성 하이룬에서 40㏊ 규모 농사를 짓는 양하이쥔은 "파종한 옥수수와 콩이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고 잎이 나오면 황색으로 변한다"며 "내린 비가 토양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고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많은 화학비료를 뿌려도 훨씬 적게 비료를 사용했던 아버지 젊은 시절의 수확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불법 거래를 통한 반출이 성행하는 것도 경작지 내 흑토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中 동북 곡창지대 '흑토' 급감…30% 유실
작년 5월 헤이룽장성의 고품질 벼 주산지인 우창에서 흑토 9만5천㎡를 내다 판 주민 4명이 공안당국에 체포됐는데 당시 관영 통신 신화사는 흑토 불법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북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과 네이멍구 동부 일부를 아우르는 중국의 동북 곡창지대는 경작 면적이 35만8천600㎢ 달하고 전국 식량 생산의 25%를 차지한다.

이 일대가 중국의 대표적 식량기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퇴적한 비옥한 흑토 때문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0년 7월 지린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식량 안보를 강조하며 흑토의 엄격한 보호·이용을 주문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4월 흑토 도굴과 불법 거래 처벌을 강화하는 흑토 보호법 초안을 마련, 심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