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제2의 ‘루나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루나와 닮은꼴 코인들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한계를 드러내며 붕괴하면서다.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뤄진 준비금 없이 루나처럼 자체 발행한 코인을 통해 1달러 가치를 떠받치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제2의 루나' 터지나…스테이블코인 줄줄이 폭락
15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DD와 연동된 트론은 오후 4시 기준 0.05달러로 전날보다 19.33% 떨어졌다. 이날 비트코인(-6.5%)과 이더리움(-7.8%)의 두 배를 뛰어넘는 하락폭이다. 루나 사태 직전(0.09달러) 대비로는 44.4% 주저앉았다. USDN과 연동된 웨이브는 루나 사태 이후 13달러에서 4달러로 66% 급락했다.

국내 5곳의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기반 암호화폐는 트론, 니어프로토콜, 팬텀, 웨이브, 카바, 하이브 등 8개다. 이들 코인의 공통점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기 위해 담보로 찍어낸 코인이라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 코인을 찍어내서 시중에 풀린 스테이블코인을 흡수하는 식으로 가치를 다시 1달러에 맞춘다. 그러나 암호화폐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스테이블코인마저 1달러 밑으로 내려가자 붕괴 우려가 커졌다. USDD는 현재 0.97달러로 하락했다. USDN(웨이브)은 0.92달러, USDX(카바)는 0.88달러 등 이미 ‘디페깅’(1달러 이하로 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스테이블코인도 있다.

발행업체들은 자체 코인 외에 USDC나 USDT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사들여 준비금을 마련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USDC와 USDT는 현금과 국채 회사채로 발행량만큼의 자산을 쌓아두기 때문에 투매가 발생해도 이들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돌려줄 수 있다. 트론재단은 기존에 전체 준비금의 92%에 달했던 트론 비중을 줄이면서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준비금에서 차지하는 트론 비중은 5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오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코인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암호화폐 업체들은 잇달아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14일(현지시간) 전체 인력의 18%인 11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있는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5%에 해당하는 26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블록파이 제미니 비트멕스 로빈후드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이 최근 두 달간 해고하기로 한 인력은 1500명을 넘는다.

박진우/빈난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