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과 네덜란드 간 반도체 공급망 대응 협력 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15일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방한한 뤼터 총리를 맞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안내한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이날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장비·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한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로 꼽힌다. 특히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총리는 지난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도 통화하며 양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이때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은 뤼터 총리에게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뤼터 총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화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이외의 분야에서도 삼성과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뤼터 총리는 평소 ICT(정보통신기술)와 전기차, 정보통신을 활용한 의료기술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남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기업인뿐 아니라 글로벌 정·관계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뤼터 총리는 ‘차기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하는 최고위급 인사다. 이 부회장은 이외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반도체 장비·전기차용 배터리·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는 18일 귀국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