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노동조합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체 조합원 투표로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삼성생명과 교섭대표 노조인 삼성생명보험노동조합은 지난 2월부터 4개월가량의 교섭 과정을 거쳐 13일 전영묵 사장과 최형태 삼성생명보험노조 위원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2022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임금은 기본 인상률과 성과 인상률을 포함해 작년 대비 평균 5.7% 오른다. 지난해 인상률 4.5%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매월 지급되는 중식 보조비가 12만원에서 18만원으로 올랐고, 원거리 근무자의 주거비와 교통비 지원 등을 확대했다. 40년 장기근속 포상을 신설했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15일로 늘리는 등 복리후생도 확대했다.

이번 임금협약 체결안은 노조의 전신인 1962년 삼성생명 직장인협의회 설립 이후 최초로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가결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3000여 명의 노조원 중 87%가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은 67%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임단협은 매년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에서 협의한 뒤 노조 대의원 대회를 통해 추인받아왔다. 노조는 올해엔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체 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직원들은 매년 3월 연봉 계약을 한다. 오는 21일 임금 지급일에 3~5월 임금 인상분을 소급해 한꺼번에 지급받게 된다.

삼성생명의 임단협 조기 타결이 다른 대형 금융회사들의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에선 이듬해로 임단협이 넘어가거나 교섭대표 지위를 놓고 복수노조 간 갈등도 적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가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회사 대표격인 삼성생명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