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 24%로 '뚝'…의왕 컨테이너기지도 평시의 10% 수준
경제계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피해 막대…업무개시명령 검토해야"
화물연대 총파업에 건설현장 '스톱' 우려…사흘째 대화도 난항(종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2일 엿새째를 맞으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 운송 차질로 인한 일선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우려가 커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일요일 파업 참여율 19%…부산항·의왕 기지 등 물류차질 계속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총파업 엿새째인 이날 파업 참여 인원은 휴일인 관계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운송거부 사태가 이어지고 크고 작은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2만2천명)의 약 19% 수준인 4천100명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파업 규모는 전날과 비교해 2천500여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1.6%로, 평시(65.8%)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항과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는 국지적인 운송 방해 행위로 평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건설현장 '스톱' 우려…사흘째 대화도 난항(종합)
부산항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으로 쪼그라들었고, 인천항도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이 평상시의 10∼2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의왕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의 하루 반출입물량 역시 평시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서 생산·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긴급 물량은 경찰의 보호 속에 반출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의 하루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평균(7만4천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완성차 수송이 지연되고 있으며, 수출용 완성차들도 항구로 운송되지 못하고 주차장에 발이 묶였다.

◇ "시멘트, 공장서 굳는다"…건설현장은 시멘트 없어 공사중단 위기
특히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이번주부터 생산을 중단하는 공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의 유통기지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황"이라며 "시멘트를 저장하는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수요처인 레미콘업체들도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건설업계 역시 레미콘 제조 중단으로 인해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내륙지역으로부터 시멘트 등 자재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수인 골조 공사 현장의 경우 당장 13일부터 공사 중단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건설현장 '스톱' 우려…사흘째 대화도 난항(종합)
파업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도 빚어졌다.

국토부는 부산과 경남 진해 등의 지역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정상 운행 중인 화물차량에 돌과 달걀, 페인트 등을 투척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해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고 있으며, 비상수송대책을 통해 군 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을 투입하는 등 물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는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 '3중고'에 따른 경제 복합위기를 언급, "이런 상황에서 집단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및 전자부품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 정부-화물연대, 어제 이어 오늘도 마라톤회의…이견은 못좁혀
정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후 2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와 '마라톤 회의'를 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국장급인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이 대표로 나섰고, 화물연대에서는 수석부위원장이 나와 안전운임제 확대 등 안건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적용 차종·품목 확대와 유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건설현장 '스톱' 우려…사흘째 대화도 난항(종합)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 말 폐지 예정이다.

정부는 전날에도 오전 11시부터 10시간 넘게 화물연대와 실무협상에 나섰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날 협의가 성과 없이 끝난 뒤 양측은 각자 보도자료를 내고 협상 결렬의 책임이 상대방에 돌리기도 했다.

국토부는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운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결국 대화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제시한 협의안에 대해 일부 지점을 열어놓고 절충점을 찾고자 했으나 국토부가 내부 논의 후 상호 절충지점을 무시하고 처음 안보다 후퇴한 안을 가지고 와 수시간 넘게 이어진 교섭에서 진전된 내용을 막판에 원안으로 돌렸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다만 이날 대화에서는 양측이 원안에서 한발씩 물러난 안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