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문한 덴마크 쇠네르보르의 한 건설 현장. 소음이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 굴착기를 활용해 작업했다.   남정민 기자
지난 7일 방문한 덴마크 쇠네르보르의 한 건설 현장. 소음이 적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 굴착기를 활용해 작업했다. 남정민 기자
“사무실과 공장을 포함해 25만㎡(약 7만5620평)에 달하는 이 건물은 올해 안에 탄소중립을 이루게 됩니다.”

지난 7일 덴마크의 ‘국가대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손꼽히는 댄포스 본사를 찾았다. 1933년 설립된 에너지 효율 기기 생산업체 댄포스는 폐열을 이용한 난방 시스템, 열펌프, 인버터(모터 속도 등을 제어하는 장치) 등을 통해 전기나 열과 같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댄포스 본사 건물은 ‘프로젝트 제로(0)’를 실행 중인 도시 쇠네르보르에 자리 잡고 있다. 프로젝트 제로는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로 정한 2050년보다 20여 년 앞서 2029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계획이다. 댄포스는 본사 건물의 생산시설, 시험 장비, 행정 사무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배출되는 실질적인 이산화탄소량을 올해 말까지 ‘0’에 수렴하도록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공장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기와 열에너지를 최소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인 키의 두 배에 달하는 환기시설을 가리키며 “공장 난방 시설망의 내부 온도를 기존 145도에서 67도까지 낮춘 이 장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댄포스는 난방시설과 제조시설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2007년 대비 지난해 70%까지 줄였다. 나머지 투입해야 하는 30%가량의 에너지는 모두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서 끌어왔다. 2020년 기준 본사 건물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기는 50GWh(기가와트시), 열은 31GWh였는데 지난해 100% 풍력·태양광 발전 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생산량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면 공장 주변의 공공 난방시설에서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한 열을 조달해온다. 이들 시설은 목재 등 별도의 바이오매스 원료를 구입하지 않고, 지역 농부들의 밭에서 나온 짚을 원료로 쓴다.

쇠네르보르 부두에는 순수 전기추진선 ‘엘렌호’가 정박해 있었다. 엘렌호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0㎞까지 운항할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추진선 중 가장 긴 거리를 운항하는 선박이다. 엘렌(Ellen)이라는 이름은 덴마크어 전기(el)에서 따왔다. 엘렌호 관계자는 “배터리 용량은 4.3㎿h(메가와트시) 규모로 연간 252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엘렌호와 비슷한 전기추진선을 100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환경 선진국인 덴마크는 완공된 공장뿐 아니라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도 탄소중립이 실현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날 방문한 쇠네르보르의 한 건설 현장에서는 전기 굴착기가 쉴 새 없이 땅을 파고 있었다. 전기 굴착기는 소음이 적고 탄소 배출이 없으며 에너지 효율성도 높다. 현장 총괄 책임자는 “100% 전기로 구동하는 장비를 활용하면 필요한 에너지가 75% 줄어든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친환경 건설장비 시장에서 대표적인 ‘큰손’으로 꼽힌다. 올해 건설기계 유럽 시장은 전년 대비 4%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 비중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2%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친환경 제품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굴착기 등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쇠네르보르(덴마크)=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