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트위터 계정은 내 것이 아니다 [한경 코알라]
내 트위터 계정은 내 것이 아니다 [한경 코알라]
6월7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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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것이 아닌 나의 트위터 계정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남들과 대화를 나눈다. 주식 투자자들이 종목 토론방에서 매일같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 종목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듯이, 코인 투자자들도 자신이 투자한(또는 앞으로 투자할) 코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적극적으로 SNS를 이용한다. 트위터는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SNS 중 하나이다.

트위터의 장점은 내로라하는 암호화폐 업계 유명인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명인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해서 그가 올리는 포스팅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것 만으로도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많이 팔로우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도지파더' 일론 머스크, 바이낸스 CEO 창펑자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이 있다. 필자와 같은 비트코이너 쪽이라면 마이크로 스트래티지 CEO 마이클 세일러, ‘오렌지필 팟캐스트' 운영자 맥스 카이저, 블록 CEO 잭 도시 등이 있다. 국내 출신 인물들이라면 해시드 김서준 대표, 크립토퀀트 주기영 대표, 한성대 조재우 교수의 트위터 계정이 유명하다.

이 분들은 현생에서 지닌 강한 영향력 만큼 트위터에서도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파워 인플루언서들이다. 이분들 때문에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트위터 본사에서 이 분들에게 명절마다 떡이라도 보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실 트위터는 인플루언서 계정들에 일절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필자는 지금 트위터가 유명 인플루언서 계정에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트위터가 왜 그럴 필요가 없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내 트위터 계정', '내 팔로워' 등 트위터 계정을 실제 본인이 소유한 자산인 것처럼 설명한다. '나만 알고있는 비밀번호와 내 휴대폰 본인인증을 통해 로그인하는 계정이 그럼 내 소유지 누구 소유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당신의 트위터 계정, 당신을 팔로우하는 수많은 팔로워(팬), 그동안 올린 수많은 포스팅들,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은 메세지들까지, 엄연히 말해서 이 중 당신이 소유한 데이터는 단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트위터 본사의 손아귀 안에 있다.

이 점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 사건이다. 트위터는 작년 1월 트럼트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 및 폭력 사태를 지지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당시 무려 8870만명이 팔로우하던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트위터 메세지와 프로필 사진들도 모두 삭제 조치했다. 얼마 후 트위터는 블로그를 통해 "폭력 선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시켰다"며 비교적 자세하게 이유를 밝혔다. 당시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점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를 지지하는 발언에 찬성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트위터가 현직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메세지를 삭제해버릴만한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는 의문이 남는다. 8870만명의 팔로워를 하루아침에 빼앗아갈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실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닐 수 없다.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내 계정', ‘내 팔로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앞으로 언제든지 트위터 내부기준이 바뀌면 그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역사가 눈 깜짝할새에 날아갈 수 있다.
혐오 표현 난무하는 트위터
필자는 작년부터 Brian Hoonjong Paik 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 살 때 쓰던 영어 이름 Brian만 앞에 붙었을뿐 사실상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앞서 소개한 암호화폐 업계의 유명인들도 모두 실명으로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트위터에서 활동하면서 알게된 점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가명으로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좋은 컨텐츠와 매너있는 태도로 타의 모범이 되는 분들도 있다. 반면 이유없이 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집요하게 꼬리를 물어 공격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2019년 인권위가 실시한 '청소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접한 청소년의 82.9%가 SNS나 커뮤니티, 유튜브, 게임 등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필자 또한 트위터에서 가족을 위협하는 협박 메세지를 받은 적도 있고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듣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는 유럽연합이 마련한 '불법 온라인 혐오 표현 대응 행동기준'에 따라 내부에 신고 절차를 뒀다. 최대 24시간 내에 불법 온라인 혐오 표현을 삭제하거나 아예 가리는 방식으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SNS에서는 혐오 표현이 자유롭게 사용되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SNS의 가명성(Pseudonymity) 때문이다. 이메일 주소만 새로 발급받으면 사실상 무한대로 계정을 만들수 있다. 규칙을 위반해 계정을 정지 당해도 손쉽게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다시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협박하다가 신고당하면 트위터에서 계정주의 신상정보와 접속 IP 주소 등을 국내 수사기관에 넘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 트위터에 전반적으로 만연한 혐오 표현 문제를 다스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내 진짜 정체를 숨기고 가짜 신분으로 활동할수 있게 해주는 '가명성'과 무한대로 가짜 계정을 생성할수 있게 해주는 '재가입' 때문에 트위터에는 혐오발언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현생에서 친구와 만나 호프집에서 맥주를 먹다가,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하는 말이 듣기싫다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할 수 있을까.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체포되어 경찰서로 연행된다. 원만히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일까. 현생에서 내가 내리는 결정에는 언제나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트위터 등 SNS에서 내리는 결정에도 비슷한 수준의 책임이 뒤따르게 만든다면 혐오 표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웹 3.0의 SNS는 어떤 모습일까 - Zion 메신저
Zion(자이언)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반의 탈중앙 SNS 서비스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중간자를 없애고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콘텐츠 소비와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현재 약 3000명의 사전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다. 조만간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정식 서비스가 런칭될 예정이다. 정식 서비스 신청자 수는 벌써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이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내 트위터 계정은 내 것이 아니다 [한경 코알라]
자이언 홈페이지 메인화면 / 출처: 자이언 홈페이지
자이언은 유료 서비스이다. 월 12달러를 내야 사용할 수 있다. 이 비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자이언 운영진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자이언에 계정을 개설하면 누구든 자신만의 가상서버와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를 갖게된다. 월 12달러 비용은 이것을 구축하는데 쓰이는 셈이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자이언이 계속 광고없이 서비스를 운영할수 있도록 돕는데 쓰인다." 나만의 가상서버와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를 가진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내 트위터 계정은 내 것이 아니다 [한경 코알라]
자이언 정식 서비스 사전신청 메뉴 / 출처: 자이언 홈페이지
우선 가상서버는 IPFS를 이용한 분산형 데이터 저장 방법을 의미한다. IPFS는 "InterPlanetary File System"의 약자다. 분산형 파일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위한 프로토콜이다. 냅스터, 토렌트(Torrent) 등 P2P 방식으로 대용량 파일과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한다. 기존의 HTTP 방식은 데이터가 위치한 곳의 주소를 찾아가서 원하는 콘텐츠를 한꺼번에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IPFS는 데이터의 내용을 변환한 해시값을 이용하여 전 세계 여러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어 있는 콘텐츠를 찾아 데이터를 조각조각으로 잘게 나눠서 빠른 속도로 가져온 후 하나로 합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 세계 수많은 분산화된 노드들이 해당 정보를 저장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IPFS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HTTP 방식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져올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노드는 탈중앙 신원증명, 또는 DID(Decentralized Identifier)를 위해 필요하다. DID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신원증명, 신원인증을 말한다.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신원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화된 신원관리 체계다. 우리가 지갑에 주민등록증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나를 증명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연동된 디지털 월렛에 내 개인정보를 담아 필요할 때 개인키를 입력해 나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사용 및 제공의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DID를 도입하면 개인이 특정 기관과 상호작용할 때, 신원주체가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있어 신원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이언은 IPFS와 DID 기술을 활용해 창작자가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를 자신만 접근할 수 있는 분산형 서버에 저장하게 한다.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필요없이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신원(Identity)을 만들어 완전한 P2P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려 하고있다. 때문에 자이언은 스스로를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웹 3.0 기반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능(Utility)’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누구든 자이언을 통해서 IPFS와 DID를 구축할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의 콘텐츠와 신원에 접근하는 키(Key)는 오직 본인만 갖고있다. 자이언은 사용자의 데이터에 대해 아무런 통제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라는 중간자를 없앤 순수 개인대 개인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이언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바로 현실세계와 유사한 수준의 책임이 주어지는 SNS 세상이다. 자이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든 활동에 ‘책임'이 따른다. 아직 정식 서비스가 나오기 전이라 정확히 어떤 형태가 될지 확실하지 않다.

자이언의 CEO인 저스틴 레즈바니(Justin Rezvani)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팬이 창작자가 올리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의 비트코인을 '예치'해 놓아야 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팔로우'와 비슷한 셈이다. 비트코인이 든다는 점이 다르다. 팬은 언제든 '언팔로우'를 하려고 이 비트코인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창작자가 판단하건데 이 사람에게 그동안 도를 넘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당해왔다면 상환 요청이 거절될 수 있다. 자신이 한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금전적인 책임을 지게되는 것이다.
내 트위터 계정은 내 것이 아니다 [한경 코알라]
자이언 CEO 저스틴 레즈바니 / 출처: What Bitcoin Did 유튜브
물론 이를 악용하는 창작자가 나타날 수 있다. 팬들이 예치한 비트코인을 아무 이유없이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는 경우이다. 관심을 끄는 썸네일과 자극적인 내용만 있으면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웹 2.0 기반 SNS였다면 창작자가 이런 행동을 할 유인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웹 3.0에서는 그런 행동을 함부로 하기가 어렵다. 자이언이 꿈꾸는 완전한 개인대 개인간 SNS는 이제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그 안에서 어떤 문화가 형성될지 지금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혁신은 처음엔 다 어색하고 이상한 것으로 출발한다. 처음엔 저런 게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그냥 지금이 좋은데 굳이 저런게 또 나와야 하나 싶다. 인간은 항상 새로운 것을 발명하여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자이언의 등장으로 웹 3.0은 한층 더 성큼 우리 삶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