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유지한 채 연령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아예 임금피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다수 기업은 이번 판결과 관련이 없는 만큼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게 경영계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과 관련, 3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95.7%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정년연장형과 관련 없을 뿐 아니라 정년유지형 중에서도 예외적 사례”라며 “대부분 기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 노조는 판결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올해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자체를 아예 없애려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만 59세 임금 동결 및 만 60세 기본급 10% 삭감’ 제도를 폐지하고, 연령별로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이에 대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면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노조가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면 기업은 ‘고용 보장 자체’로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때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했다는 점도 대응 논리 중 하나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을 위해 노사 간 합의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이 같은 대응 방안을 회원사들에 배포하기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