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폐막한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 2022'. 사진=연합뉴스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31일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 메세 2022)에서 유럽 통신사 보다폰과 5G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서비스로봇 모델을 발표했다. 호텔과 병원 등에서 사용되는 서비스로봇, 서빙로봇, 방역·청소로봇 등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수집한 환경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류하는 게 핵심이다. 인공지능(AI)이 사람의 개입 없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로봇이 팀 단위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0년 전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인더스트리 4.0’ 개념을 선보였던 하노버 메세가 빠른 속도로 뿌리내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보여줬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AI과 탈탄소화, 사이버 보안, 순환경제, 수소전지, 로지스틱스 4.0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대대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었다.
2일(현지시간) 폐막한 하노버 메세 2022를 관통한 키워드는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로 축약됐다. 한국경제신문 하노버 메세 2022 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한국디지털혁신협회장·전 중소기업청장)는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은 연결과 데이터이고 결국 개인화, 맞춤화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귀결된다”며 “그린 대전환은 지속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혁신으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자동화와 로봇은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하노버 메세 2022에서는 2600여 개 기업이 자동화 및 로봇 관련 제품을 소개했다. 독일 제조 자동화 전문기업 페스토는 비행 드론을 이용한 공장설비 정밀 모니터링 시스템을 출품했다. 드론이 매우 비좁은 공장설비 사이를 비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5G 통신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기술로 눈길을 끌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는 AI 기술을 적용해 공정 속도 및 소음을 제어하는 다목적 기술관제센터를 구현했다. 일본 산업로봇 전문기업 가와사키중공업은 스마트팜 산업과 종묘 파종에 적용할 수 있는 운반 응용 협동 로봇을 선보였다. 박명규 힐스엔지니어링 대표는 “로봇 기술이 일반 제조산업에서 다양한 산업으로 응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디지털화의 핵심 요소로 다뤄졌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산업용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및 자동화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 등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SAP 등이 저마다 클라우드 기술력을 뽐냈다. 정대영 SAP Korea 본부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더스트리 4.0의 다른 모든 기술에 필수적”이라며 “운송 및 물류를 변경하고, 다양한 개인 간 절차를 제거, 이를 기계 간 상호 통신으로 대체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식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노버 메세 2022에서 지멘스가 선보인 산업용 로봇.최대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한 독일의 지멘스는 현장 서버, 제어 및 장비 관련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제조업 현장 환경에 특화된 디지털화 솔루션을 제안했다. 산업 현장의 좁은 공간에 설치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운영이 가능한 산업용 AI 장비로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클라우드 인프라에 주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달리 제조업의 전통 강자로서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화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이버 보완 분야에선 43개 기업과 연구소가 참여했다. 사이버 보안은 원 칩 보안 모듈 관련 한국·독일 간 국제 콘퍼런스가 박람회 기간에 열릴 정도로 국내 학계·산업계에서도 관심이 높은 분야다. 독일 뮌헨공대와 독일 정부 산하 프라운호퍼 연구소, 지멘스가 산업 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국내에선 한근희 고려대 교수와 자동차 보안 기업 시옷이 최근 공동 기술개발 사업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경연장이 펼쳐졌다. 보쉬는 석유 에너지 대신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동력기관인 차세대 엔진을 출품했다. 미국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 피닉스컨택트는 전력이 수소, 열 등 다양한 형태로 뒤바뀌는 섹터 커플링 개념을 적용해 산업 에너지 생태계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그리드 시스템을 구현했다. 지멘스는 가상 공간에 현실을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발전소 초기 설계부터 운전까지 가동률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로도 주목받았다.
한국관에는 현대로보틱스 등 7개의 로봇업체가 참여했다. 제조 현장에 쓰이는 다양한 다관절 로봇을 출시한 레인보우를 비롯해 레스토랑형 서빙 로봇을 선보인 스토랑, AI 기반의 다목적 자율주행 물류 로봇 ‘로로봇’을 앞세운 힐스엔지니어링 등도 눈길을 끌었다.
주 교수는 “하노버 메세 2022는 데이터 생태계의 패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과 함께 경쟁업체 간 합종연횡의 협력도 공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7일 막을 내린 독일 하노버산업박람회. 박람회장에서 눈길을 끄는 부스가 하나 있었다. 부스 명칭은 ‘이츠 오울(It’s OWL)’. 이츠오울(Intelligent Technical Systems OstWestfalenLippe)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동쪽 리페라는 지역에 있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클러스터다.이곳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가 모여 있다. 공작기계업체 DMG모리세이키, 명품 가전업체 밀레 등의 기업과 빌레펠트대, 파더보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지역상공회의소 등 170여 곳이 손잡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은 여러 중소기업에 제공된다. 이 클러스터는 2012년 2월 ‘독일 첨단기술 클러스터 경진대회’에서 최고 클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클러스터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독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 수의 99%, 종사자 수의 60%, 경제성과의 55%를 차지한다.이들 중소기업 중 86%는 디지털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갖고 있는 업체는 29%에 불과하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개발 프로젝트는 자동화, 전기자동차, 산업용 정보기술(IT) 활용,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농업용 기기, 지능화 기계, 스마트 그리드 등 총 33건에 이른다.이츠오울은 이번 하노버산업박람회에서 연합부스를 마련해 산업 자동화 및 지능형 기계 및 기기 분야의 50여 개사 제품을 전시했다. 전시회 기간 이 부스를 두 번이나 찾은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은 “이츠오울은 대기업·중소기업·연구소·대학·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 혁신을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하노버=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경기 평택의 유민에쓰티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위험한 액체의 누액을 감지하는 전자인쇄회로 기반의 필름형 액체 감지 센서를 개발한 기술 강소기업이다. 최근 국내 센서 기업으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유민에쓰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킹덤그룹으로부터 투자받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유민에쓰티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합작회사는 현지 제조공장에서 생산된 필름형 액체 감지 센서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15개 나라에 공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지역의 산업 현장에서 재해 발생의 위험성을 줄여 작업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민에쓰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수도관 누수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동 국가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산 첨단 센서 기술을 해외 시장에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유민에쓰티가 개발한 필름형 액체 감지 센서는 물, 인체에 유해한 화학 용액 및 오일 등 모든 액체를 감지하고 선별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연구·개발, 제조, 판매, 사후 관리까지 누액 관련 종합 솔루션을 구축했다. 센서 기업으로는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NEP 인증을 3회에 걸쳐 받았다. 국내외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130여 개를 확보했다.유민에쓰티의 누액 관련 종합 솔루션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누액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솔루션에 탑재된 RMS(Remote Monitoring System)는 다양한 클라이언트 및 운영체제와 호환성이 뛰어난 덕분에 고객사의 다양한 현장 상황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 보안 성능도 뛰어난 데다 관리자는 효율적으로 맵, 토폴로지, 이벤트, 시스템 및 사용자 등록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누액 감지 시스템에 소방설비, CCTV, 가스 감지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장비들을 결합할 수 있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유민에쓰티는 기흥, 화성, 평택, 파주 등 수도권의 반도체 현장에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적은 양의 약액도 민감하게 잡아내는 등 화학물질 방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 석유화학업체,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데이터센터, 전산실, 중공업, 자동차 관련 업체 등 국내 1300개 이상 업체에 납품 실적을 보유했다. 대만의 TSMC,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 중국의 BOE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도 납품 실적을 보유했다. 유민에쓰티 관계자는 "산업안전법, 화학물질관리법, 중대재해법등의 강화로 누액 감지 필름 센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중소기업중앙회는 3일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2022년 제1차 공정경제위원회'를 열고 합리적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중소기업이 전적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회의에 참석한 송창석 숭실대 교수는 "장기적 갑을 관계에서 기존의 조정협의 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므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납품단가 제값 받기는 중소기업의 숙원"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