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업들의 요즘 이슈와 뒷이야기들을 알아보는 기업&이슈 시간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큰 돈을 들여 새 건물을 지었는데, 정작 사무실은 휑하다고 합니다.

재택근무를 강화하는 새 근무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인데, 이 같은 결정의 배경과 내부 반응에 대해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사옥을 지었다면 많은 비용을 투자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먼저 네이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는 지난달 제2사옥 '1784'를 오픈했는데요.

총 건축비용은 4,900억 원으로 첫 사옥에 비해 3배 가까운 자원을 들였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인 만큼 네이버는 제2사옥을 '세계 최초의 로봇친화형 빌딩'이라고 부릅니다.

건물 전체에 로봇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로봇들이 업무를 돕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도 오는 7월에 새로운 곳으로 사무실을 옮깁니다.

카카오는 판교 알파돔 6-1블록에 신축 중인 복합시설을 통째로 10년 동안 빌렸는데요.

임대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체 면적은 5만 평에 달하는 만큼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대규모 시설을 임대한 이유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와 같은 계열사들도 함께 불러들이며 상호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사옥을 지으면서도 재택근무를 강화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네이버는 원격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은 원격근무를 하고, 출근하고 싶은 직원들은 출근하는 '커넥티드 워크'를 준비 중입니다.

전 직원 4,700여 명이 투표했는데 원격근무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55%로 절반을 넘겼습니다.

사실 네이버는 이전부터 직원들이 자신의 근무 시간을 알아서 조절하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었는데요.

이제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자율적인 근무 체제를 도입하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네이버만 말씀해주셨는데 카카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카카오도 오는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합니다.

메타버스라고 해서 제페토와 같은 3D아바타 프로그램은 아니고, 음성 채팅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켜두는 겁니다.

그래서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카카오의 '메타버스 근무제'입니다.

카카오는 본사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뱅크 등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다만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핵심근무시간이라고도 하는 '코어타임' 제도 때문입니다.

<앵커>

코어타임이라면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하더라도 특정 시간만큼은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제도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카카오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반드시 일해야 하는 '코어타임' 제도를 도입하는데요.

사실 카카오 내부에선 새로운 근무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네이버처럼 전면 유연 근무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자 반발이 나오는 거죠.

한 내부 관계자는 음성 메신저를 항상 켜두는 것도 부담일뿐 아니라 코어타임 제도를 도입하며 자율적으로 근무 계획을 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는데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이버에 남는 자리 없느냐'는 불만들도 오간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음성 채팅은 켜두지만 음소거가 기본이기 때문에 주변 소리가 새어들어가지 않는다"며 "아직은 베타 운영 기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새로운 근무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은 것 같네요. 그러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재택 근무를 강화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우선 기업들이 원격근무에 대한 경험이 쌓였기 때문인데요. 어느덧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한 지 2년 반이 다 되어갑니다.

이 기간동안 원격근무로도 충분히 성과를 거두다 보니,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난 겁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2년간 경험해본 결과 물리적 공간보다 연결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고요.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언제, 어디서 일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신뢰 기반의 자율적인 문화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어디서 일하느냐 보다 어떻게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와닿네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요?

<기자>

다른 한 가지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IT업계에선 개발자 인력 영입을 위해 전쟁중이라는 소식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금까지 우수한 인력을 모셔가기 위해 몸값 경쟁이 이뤄졌다면 이젠 '워라밸' 분야로 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직을 고려할 때 연봉에 이어 워라밸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두 번째로 높을 만큼 워라밸은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IT업계에서는 엔데믹에 돌입하며 원격근무를 줄이고, 다시 출근하는 근무형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등 게임업계는 다음달부터 재택근무를 마치고, 전 직원이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는데요.

이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로운 근무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면 지금까지 네카오가 문화를 주도해온 만큼, 다른 업계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IT바이오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
신사옥 지어놓고 재택 강화…네카오의 출근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