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개 사업 중 정상 추진 32개
261개 사업 폐지, 통폐합, 감축 등 구조조정
文정부 5년 간 국고보조금 규모 70% 늘어
예산 확보 급한 尹정부, 지출 구조조정 착수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국고보조사업 100개 중 94개가 부실 운영되거나 사업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통폐합·축소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는 23~25일 2022년도 제1차 보조금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2022년 보조사업 연장평가(안)을 의결했다. 이번 보조금 연장평가는 5월말까지 기재부에 제출될 2023년 부처별 예산요구안에 반영된다. 연장평가 최종 결과는 내년 예산안과 함께 9월초 국회에 제출된다.
평가 결과 전체 평가대상(500개) 중 '정상 추진' 판정을 받은 사업은 32개로 6.4%에 불과했다. 반면 폐지(56개), 통·폐합(2개), 감축(213개)등 전체 사업의 52.2%에 달하는 261개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예산이 깎이진 않지만 사업 방식이 변경되는 사업도 207개로 전체의 41.4%에 달했다. 정부가 구조조정과 합쳐 전체 국고보조사업의 93.6%가 비정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국고보조금은 지자체가 수행하는 사무에 대해 ‘일부’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예산이다. 국가보조사업 규모는 본예산 기준 2017년 60조원에서 2022년 102조원으로 5년 만에 70%가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총예산의 16.8%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구조조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혜범위가 협소하거나 비목전환이 필요한 경우 등 국고 지원 필요성이 저조한 사업들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기재부는 규제자유특구실증기반조성(정보화)사업의 경우 2023년부터 수행할 사업이 확정된 바 없다는 점, 코넥스시장활성화지원 사업의 경우 코넥스 시장 상장 기업 수가 급격히 감소해 수혜자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오 폐지 결정을 내렸다.
광역 2층 전기버스 구입비용을 보조하는 사업과 출퇴근 시간대 광역버스 노선 내 전세버스 증차를 위한 보조사업은 사업 목적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통폐합하기로 했다. 그 외 최근 3개년 실집행률이 51.3%에 불과했던 전통생활문화진흥 사업 등이 사업규모 감축 대상에 올랐다.
6.4%의 정상 추진 비율은 지난해 평가(15.2%)에 비해 급격히 낮아진 수치다. 52.2%인 폐지, 통폐합, 감축 등 구조조정 사업 비율도 전년(43.2%)에 비해 9%포인트 높아졌을 뿐 아니라 26~36% 수준이었던 2018~2020년에 비해선 많게는 2배 가량 높아졌다.
이처럼 구조조정 강도가 높아진 것은 정권 교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대선 이후인 3월 말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확정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립을 위해 집행부진 사업의 전면적 구조조정을 통해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속조치로 이뤄진 보조사업 연장평가에서 정부는 관행적 보조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에 대해선 전면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하지만 매 정부마다 임기 초 보조금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정권 말로 가면 규모가 커지는 일이 반복돼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고보조금 규모는 정권 초기인 2013년 50조5000억원에서 2016년 60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59조6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이후 매년 평균 10조원 수준이 늘며 올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가 6월 중 총 4조원 규모의 재정증권(63일물)을 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4번째 재정증권 발행으로 이번 발행까지 총 16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증권을 발행했다.재정증권은 세입-세출 간 시기적 불일치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국고 부족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63일물 또는 28일물의 단기 증권으로 연내 상환이 이뤄져야 한다.정부는 회계연도 내 일시적인 현금 부족을 재정증권 발행과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일시 차입 등 단기 일시차입 수단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 국고금관리법에 따르면 단기 일시차입 수단은 잔액 기준 30조원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두 수단 중에선 재정증권 발행이 우선적으로 이뤄진다.2019년 역대 최대 규모인 49조원에 달했던 연간 재정증권 발행액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45조5000억원으로 2년 연속 40조원 이상을 기록한 뒤 지난해 30조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 자금 수요가 증가하고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 확대와 예산 조기 집행이 이어지면서 단기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농민들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1976년 만들어진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농어가저축기금이 2019년에 이어 다시 폐지 권고를 받았다. 연간 240만원에 불과한 낮은 저축한도와 수익률로 농민의 실질적인 재산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여성가족부가 관리하는 양성평등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도 통합 운영을 권고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민간전문가 36명으로 구성된 기금평가단이 실시한 '2022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내 68개 기금은 모두 기금운용성과와 존치타당성 등을 평가 받아야 한다. 올해는 국민연금 등 33개 기금이 자산운용평가를, 주택도시기금 등 18개 기금이 존치평가를 받았다.평가단은 33개 기금의 자산운용 실적(계량)과 운용체계·전략(비계량)을 평가해 14개 기금에 '우수' 이상 등급을 줬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과 공무원연금기금 등 5개 기금은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 등급을 받았다. 고용보험기금과 군인연금기금 등 9개 기금은 '우수' 등급을,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16개 기금에는 '양호' 등급을 받았다. 국제질병퇴치기금에는 '보통' 등급을, 농어가저축기금은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다.정부는 기금평가에서 탁월 또는 미흡 이하 평가를 받은 기금의 운영비에 ±0.5%포인트의 차등을 두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인 17개 기금에 대해선 자산운용부문 평점을 경영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기금 규모가 900조원이 넘어설 정도로 타 기금과 차이가 커 2017년부터 별도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기금은 3년 연속 '양호'등급을 받았다. 33개 평가 대상 기금 가운데 절반인 16개가 양호 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통 수준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평가단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연간 운용수익률이 10.86%로 전년(9.58%)보다 상승하고 해외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자산운용의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캐나다 CPPIB, 미국 CalPERS, 네덜란드 ABP를 포함한 5개 연기금과 비교해선 성과가 적었다는 게 평가단의 판단이다.이에 대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력 규모나 예산 등 정량적으로나 독립성 보장과 같은 정성적 측면 모두 해외 연기금에 비해 열세에 있는 국민연금의 낸 성과가 구조적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다"며 "평가 기준이 다른 만큼 보상 체제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기금 존치평가에선 18개 기금의 존치 타당성, 사업 적정성 등을 살펴봤다. 평가단은 농어가저축기금에 대해선 '폐지' 권고를 냈다. 평가단은 2019년에 이 기금에 대해 폐지 권고를 냈으나 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단년도 예산으로 당해 지출을 충당하는 운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평가단은 필요시 저소득 농어민의 재산형성 및 소득창출 실효성이 높은 대체사업을 발굴을 것을 제안했다.지역신문발전기금에 대해선 언론진흥기금과 사업내용 및 지원대상 등을 차별화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존치 권고 의견을 냈다. 양성평등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은 통합 의견을 제시했다. 두 기금 모두 관리주체가 여성가족부이고 주요 재원이 복권기금 전입금이며 사업 내용과 대상간 연계성이 높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그 외 사업 적정성 평가에선 18개 기금 421개 사업 중 31개 사업에 대해 폐지·개선을 권고했다. 올해 개선 권고 비율은 7.4%로 지난해(5.1%)에 비해 높아졌다. 수산발전기금 등 여유자금이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된 4개 기금에 대해선 공자지금 예탁 확대를 권고했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26일 5%대 물가상승률 전망을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 등이 맞물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어서다.방 차관은 이날 열린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선 데 이어 4월에는 4.8%로 오름세가 더욱 확대됐다"며 "일부에서는 다음 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서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될 가능성을 에둘러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방 차관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제팀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식료품·외식 등 생활 물가 안정과 주거·교육비 등 생계비 경감 노력이 시급하다"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과제들을 중심으로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다음주 초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식량안보 강화 노력도 하겠다고 밝혔다. 방 차관은 "대외 요인이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원자재와 국제곡물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주요곡물 자급기반 구축과 안정적 해외공급망 확보 등 식량안보 강화 노력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날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해 농축수산물, 에너지, 통신 등 분야별 물가 안정 과제들이 중점 논의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