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0원 넘게 급락하면서 125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해서 커지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80전 내린 1256원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9일(1255원90전) 이후 한 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1288원60전까지 치솟은 뒤 불과 2주 만에 30원 넘게 빠졌다.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전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속보치(-1.4%)와 예상치(-1.3%)를 모두 밑돈 수치다. 미국 정부는 GDP 증가율을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상무부의 세부 발표 내용을 보면 투자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계획대로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전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올린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도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연 2.25~2.5%로 보고 있는 건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7·8·10·11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두세 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린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긴축 속도, 중국의 경기 둔화, 한국의 수출 부진 여부 등에 따라 등락이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