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위스키·와인 시장에는 ‘공룡’ 롯데와 신세계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두 그룹은 주류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안으로 모두 ‘한국형 위스키’를 점찍었다. 해외 와이너리 인수를 통해 와인사업 강화 전략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제주 서귀포의 유휴부지에 위스키 증류소를 짓기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늦어도 내년 말에는 위스키 증류소를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L&B도 위스키 제조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신세계L&B가 검토하고 있는 증류소 부지 위치도 롯데와 같은 제주도다.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의 공장 부지를 활용해 증류소를 짓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은 위스키 제조의 불모지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특히 여름에 덥고 습해 위스키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경기 김포의 김창수위스키,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스 등 수제 위스키 증류소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고정관념이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위스키 증류소 설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앞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위스키 시장은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위스키 시장에 유입되면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이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소비층이 대폭 확대됐다”며 “한국형 위스키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해외 와이너리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는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와이너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5년간 총 2조1000억원을 위스키 증류소와 와이너리 인수를 포함한 식품사업군에 투입할 계획이다.

라이벌 신세계가 공격적으로 와인사업을 확장하는 게 롯데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와인 유통사업을 하는 신세계L&B 매출이 2019년 1072억원에서 지난해 199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시장 점유율은 1위로 올라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2020년 3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5980만달러로 70% 가까이 증가했다. 와인은 2020년 맥주를 제치고 수입량 1위 주종이 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