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과 제너럴모터스(GM)의 양극재 합작사가 8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광물값을 기준으로 산정해 공시한 금액이어서 올해 원재료 변동분을 반영하면 계약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포스코케미칼 연간 매출(2조원)의 열 배에 이른다.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에 2차전지 소재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치 매출’ 양극재 계약 체결

포스코케미칼, GM과 합작사…양극재 20兆 공급계약 '잭팟'
이날 포스코케미칼은 GM과 양극재 합작사 얼티엄 캠(Ultium CAM)을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3억2700만달러(약 4109원)를 투자해 오는 8월 캐나다 퀘벡주에 하이니켈 양극재 합작공장을 착공한다.

얼티엄 캠이 생산한 양극재는 2025년부터 8년간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얼티엄셀즈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2019년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법인이다. 계약금액은 8조380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리튬·니켈 등 원재료의 지난해 평균가를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올 들어 리튬값은 이보다 약 3.9배, 니켈은 1.8배, 코발트는 1.6배 급등했다. 이런 원료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면 실질적인 계약금액은 20조원에 이른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향후 원료가 변동에 따라 이 금액도 바뀔 수 있다”며 “공장 증설을 감안하면 누적 계약 규모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각각 연산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얼티엄셀즈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시점에 맞춰 포스코케미칼은 차세대 전기차용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로 전기차 약 22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 3만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며 향후 GM의 전기차 사업 확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설한다. 이날 포스코케미칼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3.38% 빠진 12만8500원에 마감했다. 공시 금액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실망감 때문이지만 실질적인 규모를 시장이 인지하면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극재 생산능력 2030년까지 6배로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2차전지 소재사 중 최초로 중간 배터리 업체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자동차사와 직접 합작사를 설립했다. 특히 GM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보폭을 맞추고 있는 대표적 기업인 만큼 합작사 설립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바이 아메리카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뜻한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GM과 양극재뿐만 아니라 전구체 제조도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구체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 들어가는 중간재다.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광물을 가공·제조하며 양극재 원가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투자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지주사 ‘포스코케미칼 캐나다’도 설립했다. 또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남 광양에 연 6만t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을 오는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올해 10만5000t에서 2030년 61만t으로 늘어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