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25%P 올려 年 1.75%

15년 만에 두달 연속 금리인상
李총재 "당분간 물가 5%대 전망
통화정책은 인플레 관리에 중점"
연내 금리 2~3차례 추가인상 시사

韓·美간 금리역전 용인도 내비쳐
"한국상황 볼 때 감내할 수준"
< 이창용 한은 총재 첫 금통위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은 총재 첫 금통위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재까지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예상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나기 직전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기자들과 40여 분간의 질의응답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연신 언급한 이 총재가 “간담회를 끝내기 전 한마디 더 하겠다”며 재차 강조한 말이다.
‘매파 본색’ 내비친 이창용
취임 후 처음으로 금통위 의사봉을 잡은 이 총재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낸 것은 국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경제 주체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돼 실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조짐이 보이는 것도 문제다.

이창용 "물가 위험 크다…연말 금리 年2.25~2.5% 예상은 합리적"

금통위가 이날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연속 인상 결정의 초강수를 내린 배경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총 일곱 차례 회의를 열면서 기준금리를 다섯 번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9개월 만에 1.25%포인트 올랐다. 한국이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했지만,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금통위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금리 인상 결과는 한은이 예고한 시간보다 15분 일찍 발표됐다. 그만큼 6명(공석 제외)의 금통위원 간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원고지 7장 남짓 분량의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는 ‘물가’는 여섯 번, ‘인플레이션’은 다섯 번 언급됐다. 반면 ‘성장’은 두 번에 그쳤다.
“곡물 가격, 인플레 뇌관 될 수도”
이 총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국제 곡물 가격을 꼽았다.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측면이 컸다. 최근에는 전쟁 여파에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 공급망 차질에 따른 식량 부족 사태로 각국의 곡물 수출 금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 총재는 “곡물은 경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가격이 올라가면 상당한 정도로 지속된다”며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당분간 국내 물가상승률이 5%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놔
이 총재는 향후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크게 높아졌다”며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연 2.25~2.5%로 보고 있는 건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남은 7·8·10·11월 금통위에서 최소 두 번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를 중립 금리(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중립 금리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이 총재는 그러나 여전히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Fed)이 6·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7월에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 총재는 “한국의 상황을 볼 때 (금리 역전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의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 의미”라며 “특정 시점에 빅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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