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e커머스 고평가 논란

이마트 작년 인수한 G마켓
무형자산 총 1조 상각키로

'고무줄 가치평가' 만연한 e커머스
"스토리보다 숫자로 증명해야"
업계 "회계기준 정교화 필요"
사진=당근마켓 공식 블로그

사진=당근마켓 공식 블로그

당근마켓의 지난해 매출은 297억원에 불과했다. 1799억원의 자산총액 중 90%는 현금, 예·적금 등으로 구성됐다. 매출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고, 자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기존 유통 강자들과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롯데쇼핑(시가총액 2조7299억원), 이마트(3조1639억원) 같은 ‘공룡’들의 시총과 비슷한 약 3조원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구주는 5조5000억원의 가치로 최근 거래됐다.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 최대 개인 간(C2C) 플랫폼이라는 게 가치 평가의 근거다. 당근마켓뿐만이 아니다.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10조원, 무신사는 4조원에 달한다.
커지는 ‘상각 폭탄’ 우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주요 e커머스 업체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 게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자본시장이 급랭하면서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선 “앞으로는 ‘스토리’가 아니라 ‘숫자’로 가치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근마켓만 하더라도 “감사보고서만으로는 3조원에 달하는 가치가 어떻게 매겨졌는지 추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총거래액(GMV)에 업계 평균을 웃도는 배수를 곱하고, 금리와 연결된 투자 수익률을 감안해 최종 가치가 정해진다”고 설명하는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이 있기는 하다.
매출 297억 당근마켓이 몸값 3조?

하지만 “정해진 공식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엔지니어 수를 기업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말도 있다. 엔지니어 한 명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대략 추산한 뒤 인원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고평가 논란은 최근 G마켓글로벌에 대한 가치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한층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지난해 3조4404억원에 인수한 G마켓글로벌의 무형자산을 10년에 걸쳐 약 1조원 상각 처리(판관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000억원씩 영업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가치는 3조4000억원대로 평가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 회원 수 등 고객 관계 항목으로 분류되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상각 폭탄’이 1조원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단 고객 관계만 상각 대상에 넣었지만,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브랜드 가치 등도 매년 손상 평가를 통해 언제든 상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거품’ 공모는 투자자에 피해
G마켓글로벌 사례를 당근마켓에 적용하면 상각 폭탄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어떤 기업이 당근마켓을 3조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업은 장부상 기업가치와 인수 금액 간 차이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그 차액(3조원-순자산가치 약 2000억원)은 약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건물이나 토지 등 유형자산이 거의 없고,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기업가치의 대부분은 실체를 증명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이 중 절반이라도 감가상각 대상이 된다면 당근마켓을 인수한 기업은 1조4000억원을 상각 처리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쉽사리 e커머스 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팔려는 측이 의지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가치대로 샀다간 영업적자의 늪에 빠지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 등급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다 보니, 유니콘 기업들 사이에선 아예 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브랜드 가치, 유료 멤버십 회원 수, 고객 및 물류 관련 데이터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비화폐성 자산’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와 한국거래소도 무형자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e커머스 기업의 공모가를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 난감한 처지”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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