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대 예상"…"물가 정점, 올해 중반기 넘어설 가능성"
"기준금리, 중립금리 수준 수렴하도록"…"시장의 기준금리 2.25∼2.50% 전망, 합리적 기대"
이창용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기준금리 추가인상 시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대폭 상향 조정했고, 경제성장률은 3.0%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5월 나오는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도 있어서 이런 데이터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가 수개월간 5% 이상 오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지금 추세를 보면 물가 상승률의 정점이 올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 이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가가 내려간다고 해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고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 기간 지속된다"고 물가 상황을 우려했다.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은 중립 금리보다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면서 "저희(중앙은행)의 우선적인 일은 일단 중립 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한은과 금통위가 생각하는 중립 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의 중립 금리를 연 2.25∼2.50%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지난 2월과 비교해 지금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빅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가 아니라는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는 "여러 물가 지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뜻"이라며 "특정 시점에 빅 스텝을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경계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으로 정책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이후 한미 금리차 역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향후 빅 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자 한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