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적용받는 평균 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대출자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을 줄여 대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최장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을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깎아주고 있다.

○7년 만에 신용대출 금리 연 5% 돌파

은행 신용대출 금리 年5% 돌파…주담대 주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일반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5.1%로 집계됐다. 전달(연 4.96%)보다 0.14%포인트 뛰었다. 올 1월 연 4.57%를 기록한 이후 3개월째 오름세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5%를 돌파한 것은 2014년 10월(연 5%) 후 7년6개월 만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연 5%에 근접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3월 연 4.69%에서 4월 연 4.79%로 올랐다. 하나은행(연 4.56%→연 4.76%)과 우리은행(연 4.47%→연 4.59%)도 같은 기간 금리가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선 농협은행만 최근 한 달 새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4.5%에서 연 4.49%로 소폭 내렸다.

지난해 11월엔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6%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당시엔 대출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해 하나은행이 일반신용대출 판매를 잠시 중단하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민금융상품만 취급한 데 따른 일시적 성격이 짙었다.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작년 12월 연 4.53%로 내렸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용대출 만기 10년으로 늘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은행들은 잇따라 분할상환식 신용대출 만기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이달 13일과 20일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닥터클럽대출(골드), 로이어클럽대출, 수의사클럽대출, 전문직클럽대출 등 전문직군이 대상인 4개 신용대출 상품의 만기를 10년으로 늘렸다.

금리 상승기에 장기분할 대출의 수요가 늘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만기가 늘어나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감소로 대출 한도가 늘어나 은행으로선 소비자들의 대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132조4606억원으로 작년 11월(141조1338억원)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주담대 최종 금리를 인하해 대출 수요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 1월 연 3.01%에서 4월엔 연 2.88%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4월 주담대(분할상환 기준) 평균금리는 연 3.84%로 전월(3.91%) 대비 하락했다. 1월 연 3.98%에서 계속 하향세를 보이며 신용대출과 대조를 이뤘다.

농협은행 주담대 평균금리도 3월 연 4.02%에서 4월 연 3.92%로 하락했다. 반면 신한은행(연 4.08%→연 4.12%)과 우리은행(연 4.32%→연 4.37%), 하나은행(연 4.18%→연 4.31%)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할인 경쟁은 신용대출에 비해 우량한 대출인 주담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