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잇따라 사옥을 팔고 셋방살이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오피스빌딩 가격이 치솟자 부동산을 처분한 뒤 영업용 재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까지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 매각을 완료하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중 사옥을 소유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세 곳만 남게 된다.
증권사 '톱10' 중 7곳…"고점서 사옥 팔아 자금 확보"
신한금융투자는 28년 동안 소유했던 신한금융투자 타워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건물은 쌍용투자증권 시절인 1995년부터 소유하고 사용해온 건물이다. 사옥 매각 대금은 약 6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장부가 대비 약 4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남길 전망이다.

건물을 팔아 유입되는 현금은 영업용 자본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기업금융(IB), 자기자본투자(PI)에서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신사업 추진에도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NH투자증권도 2019년 여의도 사옥을 마스턴투자운용에 2549억원에 팔았다. 이후 신축 건물인 여의도 파크원빌딩에 입주했다. 파크원 개발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사 역할을 한 NH투자증권은 현재 건물을 소유한 ARA자산운용 펀드의 일부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여의도 제1 사옥과 제2 사옥을 한꺼번에 처분했다. 이후 2019년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입주했다. KB증권은 2018년에 현대증권 시절 보유했던 여의도 사옥을 팔고 한국교직원공제회 소유 더케이타워로 들어갔다. 하나금융투자는 2015년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을 부동산투자회사에 넘긴 뒤 2020년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맞았으나 재매입을 포기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일찍부터 임차인으로 생활해왔다. 미래에셋증권은 2011년 여의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가 소유한 수하동 센터원빌딩으로 이전했다. 서초동 삼성 본사 건물을 사용하는 삼성증권은 1992년 삼성그룹 편입 직후 국제빌딩 시절부터 계열사 건물을 빌려 썼다.

오피스 빌딩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새로 사옥을 매입하는 사례는 더욱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사옥을 보유하고 있던 NH아문디자산운용이 을지로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

증권사 간 자기자본 경쟁으로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는 증권사가 더 탄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 부문 대표는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인 IB 투자를 늘리면서 낮은 임대료 수익을 얻으려 자본을 부동산에 묶어두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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