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회장 "혁신 위해선 행동하는 인재 필요…지식은 회사가 채워주면 돼"
“혁신하기 위해 행동하는 인재가 절실합니다. 필요한 지식은 회사가 채워주면 됩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사진)은 24일 경기 용인에 있는 회사 연구개발(R&D)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인재관을 밝혔다. 지식과 정보가 빛의 속도로 공유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재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1993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성별, 학력, 전공, 경력 등을 보지 않는 열린 채용으로 직원을 선발해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에도 ‘2022년 세계 기업올림픽 선수 선발’이란 슬로건을 걸고 인력을 채용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국가대표 선수를 뽑는다는 의미를 채용 슬로건에 담았다. 실제 이 회사의 임직원들은 서로를 ‘선수’로 부르고 있다. 이번 채용에선 분야별 핵심 인재를 모집하면서도 고졸·인문계 출신도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다.

황 회장은 “혁신은 기존에 없는 걸 하는 것이기에 경력자가 없는 게 당연하다”며 “일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면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선 “‘모방’으로는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의 모든 핵심 공정장비 분야에서 세계화를 실현한 첫 번째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창립 이후 R&D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3000개 이상의 특허를 쌓았다.

주성엔지니어링만의 남다른 인재 육성 방식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모든 임직원은 외부 교수진이 강의하는 물리, 화학 등 기초학문을 회사 내부 직무별 프로그램을 통해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공계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회사에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황 회장도 매일 오전 7시30분 용인 R&D센터에서 직접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10여 년째 임직원 앞에서 칠판에 그래프와 수식을 써가며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업계의 기술 트렌드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암기 위주의 ‘공부’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지만, 논리를 바탕으로 ‘학습’한 것은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혁신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국가적으로 혁신기업의 지식재산(IP)을 보호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