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만들었다"…세무사시험 개편안에 수험생 분통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정부가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을 지나치게 우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수험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세무공무원의 기득권이 오히려 강화되는 방향의 개편안이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수험생들은 세무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시험과목 면제 혜택 자체를 없앨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세무사 시험서 공무원 우대 축소
"그들만의 리그 만들었다"…세무사시험 개편안에 수험생 분통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2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0일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이날 오전까지 231건의 입법의견이 제출됐다. 입법예고 5일만에 이정도의 의견이 제출된 것은 드문 일이다.

5월 이후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 중 이보다 많은 의견이 제출된 것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 배제토록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398건), 시간선택제공무원으로 운영하는 정원을 소수점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시행령 개정안(378건) 정도였다.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이 아직 한 달 이상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의견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은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을 지나치게 우대해 합격률을 높여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세무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이중 이번 개편안에서 변동된 것은 2차 시험이다. 2차 시험은 회계학 1부와 2부, 세법학 1부와 2부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 아래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작년 시험에서 세법학 1부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아 시험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았다. 세무사법 5조의 2항에 따르면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세무공무원 10년 이상에 5급 이상 재직 경력이 5년 이상’이면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작년 일반 응시자 10명 중 8명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험 과목을 일부 세무공무원 응시자는 풀지도 않고 통과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제도의 불합리한 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지난 20일 세무사시험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내년 세무사 시험부터 최소 합격 정원 700명은 모두 일반 응시자에게 배정하고 공무원 경력자는 별도로 조정된 커트라인 점수를 충족해야만 정원 외 인원으로 합격 처리되는 내용이 골자다. 세무공무원과 일반 응시자를 분리해 일반 응시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더 강화"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제출한 대다수는 이같은 개편안이 '개악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무공무원의 기득권이 오히려 강화돼 '그들만의 리그'가 더 공고히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의견을 제출한 김 모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적용되는 '조정된 커트라인 점수'와 '정원 외 선발' 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작년 점수를 개정안의 조정점수로 환산하면 공무원에게 상당히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고 썼다. 정원 외 별도 선발은 "세무공무원에 대한 또다른 특혜"라고 반발했다.

2차에서 세법학과목 응시를 모두 면제해주는 특혜를 그대로 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임 모씨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공정하게 하라고 했더니 더 자기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세무공무원 혜택은 1차 시험 면제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무공무원은 평균 점수가 높은 회계학 2개 과목만 응시하는데도, 점수가 낮은 세법학 점수가 반영된 점수로 합격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편안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같은 내용의 의견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었다. 특정 커뮤니티 등에서 정리한 입장을 다수가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29일까지다. 정부는 제시된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게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