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슬라' 귀환할까요"…두산중공업 종토방 뒤집어졌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 귀환할까요."

이달 21~22일 주말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식 토론방이 들끓고 있다. 한·미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원전 동맹'을 공식화하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사업을 선점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재차 뜀박질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탈원전 정책의 충격으로 2020년 3월 23일 장중 2123원까지 하락한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6월에 3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15배가량 뛰었다. SMR 진출을 선언한 삼성물산, GS, SK 등 관련 상장사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신형 원자로 및 SMR의 개발과 수출 증진을 위해 양국 원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한국이 참여하는 동시에 한·미 원전 기술 이전·수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등에 합의했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10~20분의 1 크기인 소형 원전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SMR 시장이 2035년까지 연간 1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훼손된 한국 기업들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봤다. 2027년까지 건설 예정인 50개 원자로 중 중국이 15개, 러시아가 12개를 수주해 각각 세계 1·2위다.

GS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은 지난달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의 뉴스케일파워와 SMR 발전소를 공동 건설·운영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SK그룹도 이달 미 SMR업체인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시공 기술 및 기자재 생산능력과 미국의 영향력, 원천기술이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재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150조원 SMR 시장 주도권 잡을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소형 원전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며 "한·미 '원전 동맹'이 보다 구체적이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가로도 나타났다. 두산에너빌리티니는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04% 오른 2만6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의 급속도로 개선되는 실적과 재무구조도 주가에 긍정적 재료다. 올 1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34.2%로, 전년 동기보다 130.9%포인트 떨어졌다. 2003년(127.2%)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실적도 큰 폭 불었다. 지난해 64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2013년(187억원) 이후 8년 만에 흑자전환한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도 11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올 1분기 말 수주 잔액은 13조5986억원에 달한다. 작년 매출 기준 2년5개월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뉴스케일파워 지분 0.49% 지분가치도 큰 폭 불어날 전망이다. 뉴스케일파워는 지난달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가 큰 폭 불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