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제동' 걸린 e커머스, M&A 큰 장 서나
현실화되고 있는 '상각 폭탄'
부풀려진 기업가치 정상화될 지 '촉각'
사진=당근마켓 SNS

사진=당근마켓 SNS

롯데쇼핑이 마켓컬리를 인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GS리테일이 당근마켓을 인수하는 날이 올까? 작년까지만 해도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제로’에 가까웠다. M&A는 팔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고, 사려는 쪽도 웃돈을 줘서라도 사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성사된다.
"지뢰밭 가득한 e커머스 기업"
'몸값 3조' 당근마켓을 인수할 경우 벌어질 일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커머스 대표 스타트업들은 누구든 성장에 대한 댓가로 기업공개(IPO)를 원했다. 기존 대기업에 팔리는 것보다 수많은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규모도 크고, 계속 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IPO의 매력이 훨씬 크다. 쿠팡이 이를 증명했다. 쿠팡의 뒤를 이어 컬리, 당근마켓, 야놀자, 여기어때, 오아시스마켓 등을 비롯해 자칭 명품 플랫폼이라 부르는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도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니콘’ 후보들의 콧대가 얼마나 높은 지는 당근마켓 사례가 잘 보여준다. 당근마켓은 카드사, 편의점 등 협업을 통해 시너지가 날 만한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업종별로 당근마켓이 협업 대상을 ‘간택’했다고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이 당근마켓에 투자할 때 제1 조건 중 하나가 투자 사실을 외부로 홍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M&A 장(場)이 서지 못한 데엔 매수자쪽의 ‘의지 박약’도 한 몫했다. 겉으로는 인수 의지가 꽤 있어 보였다. 롯데만 해도 실무선에서 검토 중인 M&A 목록엔 늘 컬리가 상단 어딘가에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김슬아 컬리 대표에게 롯데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청했을 정도다. 당근마켓을 품고 싶어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GS리테일은 당근마켓의 ‘숨겨진’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했다. “값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의 기류가 더 강했다. 시쳇말로 대박이 독박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싸게 주고 샀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e커머스 스타트업에 대한 M&A는 특히나 곳곳에 지뢰밭이 가득하다.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대부분을 자치하고 있는 e커머스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면 자칫 재무제표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이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어서다. 얼마 전 이마트가 공개한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한 이마트는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400억원(스타벅스코리아 인수에 따른 감가상각비 포함)이 반영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0년 간 상각하겠다고 밝힌 금액이 무려 1조6000억원이다.
롯데쇼핑이 G마켓을 샀다면, 영업이익 절반이 날아갔을 것
'몸값 3조' 당근마켓을 인수할 경우 벌어질 일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이마트와 경합을 벌였던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감가상각비를 정확히 얼마인 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분기별 200억~300억원으로 추정된다. 250억원(이럴 경우 스타벅스코리아 인수에 따른 감가상각비는 15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으로 1000억원의 무형자산 상각비용(판관비에 포함)이 발생하고, 이는 1000억원의 영업이익 축소로 기재된다. 롯데쇼핑으로선 지난해 영업이익(2076억원)의 절반 가량을 앉아서 날려야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올해도 작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벌 것으로 가정)다.

문제는 ‘상각 폭탄’이 매년 반복되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이마트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짐작컨데 이마트는 회계법인과 이베이코리아의 무형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회계 부정 사건 등으로 인해 회계법인들이 갈수록 깐깐하고, 보수적으로 기업 자산을 평가하고 있어서다. 통상 M&A 후엔 이를 회계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매수 금액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장부가를 뺀 금액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투자자에게 M&A와 관련된 재무 정보를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 과정을 PPA(purchase price allocation)라고 부른다. 토지, 건물 등의 유형 자산은 분류가 쉽다. 현재 시세를 감안하고 부채를 제하는 등 순자산 가치를 매겨서 반영하면 된다. 문제는 무형 자산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다.

무형 자산은 물리적 형체가 없지만 식별 가능하고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 경제적 효익이 있는 ‘비화폐성 자산’을 의미한다. 개발비, 프렌차이즈, 산업재산권, 저작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M&A를 단행한 기업은 제값을 주고 샀다는 것을 최대한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를 원한다. 무형 자산의 경우 시간이 지나더라도 가치가 손상되지 않는 자산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얘기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개발비가 대표적이다. R&D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상각할 필요가 없는 무형자산으로 인정받게 되면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축소될 일이 없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고객 관계’ 등을 식별할 수 있으며, 내용 연수가 있는 무형 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함께 PPA보고서를 만든 회계법인은 고객 관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해 10년에 걸쳐 매년 같은 금액으로 정액 상각하도록 했다. 미래에 회원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이를 회계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과거로부터 추론 가능한 감소분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고객 관계 외에 이베이코리아의 고객 및 물류 관련 빅데이터, GMV(총거래액)를 기준으로 한 시장 점유율, 유료 멤버십 회원의 가치 등을 어떻게 회계 장부에 반영했는 지는 알 수 없다. 이마트가 상각 대상 무형 자산으로 고객 관계만을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무형 자산은 일단 상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이 M&A 후에 무형 자산을 어떻게 분류하는 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데다 감사인과의 소위 ‘밀땅’을 통해 정해진다”며 “피감 법인과 감사인만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식별 가능한 무형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영업권으로 분류된다. 통상 M&A에선 이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반대는 염가 매수다.
무형 자산이 대부분인 e커머스 스타트업, 움직이는 '상각 폭탄'
‘상각 폭탄’이 우려되는 이유는 감사 첫 해에 상각 대상이 아니라고 봤던 무형 자산을 몇 년 지나 갑자기 상각 대상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형자산과 영업권은 모두 매년 말 손상 여부를 검토해 비용으로 인식(영업이익 축소)할 지를 결정한다. 예컨데 이마트가 인수한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이 갑자기 떨어진다면 이마트의 연결 기준 실적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커머스 기업의 무형 자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의 논란은 결국 상장이나 M&A 때 시행하는 가치 평가와 연관돼 있다. 벤처캐피탈 등이 후하게 평가한 유니콘 후보들의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예컨데 컬리만 해도 마지막 투자를 받으면서 주장한 기업가치가 4조원이다. 어딘가에 컬리를 매각하더라도 100% 지분을 기준으로 4조원 밑으로는 안 팔겠다는 얘기다. 그나마 컬리는 물류 인프라 등 실체가 있는 유형 자산의 비중이 크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매출액 257억원을 기록했는데 기업가치는 3조원을 부르짖고 있다. 당근마켓이 상장에 실패하고 M&A매물로 나올 경우 이렇다 할 유형자산이 없는 당근마켓을 3조원에 인수한 기업은 PPA 과정에서 엄청난 ‘상각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상장을 향한 열기가 식으면, 그 다음엔 M&A의 큰 장이 서게 마련이다. 부풀려진 기업가치 거품도 빠른 시간 안에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뭐든 해야한다’는 열기에 휠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린 기업들에 어쩌면 ‘줍줍’의 기회가 찾아올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문제 하나. M&A 후의 PPA 같은 과정이 왜 공모 시장에선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공모가도 회계법인의 깐깐한 감사 기준을 적용해 산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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