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 등 협력 강화…"경제동맹 더욱 심화하는 의미"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 첨단기술 분야 미국 투자 확대
[한미정상회담 D-2] 한미 '기술동맹' 어떻게 이뤄지나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5월 20~22일)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지평을 기존의 안보·경제를 넘어 '기술동맹'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향후 양국 간 협력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그동안 이어진 군사동맹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 동맹으로 확산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브리핑에서 김 차장이 언급한 기술동맹에 대해 "미래 먹거리인 첨단기술에서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기업간엔 협력이 안 되지만 (국가간) 보완 협력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동맹의 구체적인 구상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인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국가 간 협력으로 동맹의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배터리 등의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는 단순히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제동맹을 넘어 외연을 더욱 넓히려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첨단기술 추격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등 우방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중 연대'의 성격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 기술 가운데 반도체의 경우 설계 부분은 미국이 강점이 있고, 제조 분야는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상호 협력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술동맹은 경제동맹을 더욱 부각시키고 심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의 장을 더욱 넓혀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래의 핵심 기술인 반도체와 배터리, AI 등의 분야에서 대미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동맹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1998년 설립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이어 지난해 텍사스 테일러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제2 공장 투자를 확정한 상태다.

[한미정상회담 D-2] 한미 '기술동맹' 어떻게 이뤄지나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가동될 예정인 테일러 공장에서는 5G와 HPC(고성능 컴퓨팅), AI 등 분야에 적용될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현재 10나노(㎚·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생산 공장은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데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위탁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지어지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 맞춰 'K-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배터리 시설 투자 역시 활발하다.

중국 CATL 다음으로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1조7천억원을 투자해 연산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시간주에 독자 공장(연산 5GWh)이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1공장(35GWh)도 오하이오주에서 가동 중이다.

테네시주의 합작 2공장(35GWh)과 미시간주 합작 3공장(50GWh)은 현재 건설 중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단독공장을 포함해 포드와의 배터리 합작공장 3곳을 미국에 짓고 있고, 삼성SDI 역시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합작 공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를 고르고 있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한미 양국 간에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의 기술동맹이 예상된다"며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양국 간 기술인력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식 등 여러 차원의 기술동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