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中 소프트파워 퇴색…한국에 기회"
“과도한 영토 분쟁과 인권 탄압으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퇴색되고 있다. 한국에는 기회다.”

19일 열린 ‘202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한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사진)는 ‘한국 경제 글로벌 무대 중심에 서다’ 세션 기조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역동적 시민사회를 갖춘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이 교수는 1980년대 소프트파워 이론을 주창한 세계적 석학이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이른바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 예술, 과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힘을 뜻한다.

나이 교수는 한국이 가진 소프트파워의 3대 자원을 △K팝 등 문화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사회적 가치 △합리적인 경제·외교 정책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BTS나 한식 같은 문화 콘텐츠는 물론이고 가치·정책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국가로 세계에 인식되고 있다”며 “선거는 진실한 결과를 내며 개인의 권리는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한국의 특성이 권위주의 정치 강화로 점점 이웃 국가들로부터 매력을 잃고 있는 중국과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인권 문제는 민주국가에서 중국이 가질 수 있었을 소프트파워를 퇴색시켰다”며 “당장은 중국이 하드파워를 기반으로 국제 정치를 주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프트파워 부족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계기라는 분석도 내놨다. 나이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하드파워를 활용해 이른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 등 소프트파워가 세계의 지원을 이끌어냈고 반대로 러시아는 소프트파워 손실이 경제 제재 등 하드파워 손실로 이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선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높이기 위해 국내 자본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BTS가 소속된 하이브가 상장하면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의 대형 음반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다”며 “이타카홀딩스는 BTS의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등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대부분이 무형자산인 문화 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해 그에 맞는 가치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금 조달도 원활해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