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GFC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수십 년 간 서양의 소프트 파워에 매료된 사람들의 망치와 불도저였다. (중략)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전략에 있어 소프트 파워가 중요성을 갖는 이유다."

"It(Berlin Wall) collapsed under the blows of hammers and bulldozers wielded by people whose minds had been attracted by Western soft power over decades. (...) That is why soft power is important to Korea’s strategy."

한국이 '문화, 가치, 다른 이가 볼 때 합법적이라고 여겨지는 정책' 등 소프트파워의 3대 자원을 두루 갖췄다는 글로벌 석학의 진단이 나왔다. K팝 음악과 한국 영화, TV 프로그램들이 아시아, 유럽, 북미에 큰 영향을 미쳐 온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영토분쟁이나 인권 문제로 이웃국가 다수에게서 매력을 잃은 중국과 비교해 한국의 시민사회를 소프트파워의 필수적 원천으로 지목했다.

한국경제TV가 주최한 '2022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가 19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야트호텔에서 열렸다. 마지막 4세션은 '한국경제, 글로벌 무대 중심에 서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하버드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좌 교수는 "벌꿀이 채찍을 이기는 경우가 있다(honey sometimes trumps sticks)"면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김영민 LG경영연구원 원장을 좌장으로 나이 교수와 김태흠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가 참여했다. 김 원장은 먼저 "한국이 앞으로도 소프트파워의 강점을 계속 유지하고 더욱 강화시켜나갈 수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나이 교수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과 90년대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력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정치적인 매력도 역시 근거로 들었는데 "한국 선거를 보면서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누가 이길까 물어보면 100% 맞출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을 보면 아직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한국은 거기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 정치 발전을 이뤄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같은 지정학적 위기에서도 소프트파워가 작용했느냐는 질문에 나이 교수는 "그렇다"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드파워를 사용해서우크라이나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전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도록했다"고 판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프트파워를 이용해서 하드파워, 즉 군사적 지원까지 얻어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나이 교수는 "재미 한국인이 미국에도 많이 있다"라며 "북한에 대해서 소프트파워 직접 행사할 수 없더라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에게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주식시장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김 대표는 BTS를 보유한 하이브의 상장 사례를 들면서 "BTS의 미국 안착에 투자 자금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를 짚어달라는 요청에는 '세제 조건'을 꼽았다. 김 대표는 "배당소득세가 높은데다, 기업들은 법인세도 내고 있어 이중과세 느낌을 받는다"며 "배당을 많이 하면 절대 유리하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가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 됐다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김 대표는 "북한의 문제는 사실상 늘 있어왔던 문제"라면서 "정책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해결하면 디스카운트(할인) 폭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은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재들로 많은 도움을 받고있다"며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위해 해외 인재 유치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방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면 한국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소프트파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세션 마무리를 앞두고 투자 의견을 묻자 김 대표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원재료도 올라가고 임금가격도 올라가고 이런걸 판매가격에 접목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이비통, 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을 사례로 "5차례 가격 인상을 했는데도 전혀 수요가 줄지 않았다. 경기가 안좋을수록 이러한 파워와 패권을 가지고있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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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