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큰손들 "유망 테크·다가구주택 등 틈새시장에 기회"
“정보기술(IT)·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유망 테크 사모주식(PE)과 주거용 다가구주택(multi-family)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틈새시장에서 대체투자 기회를 모색할 계획입니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사진)은 18일 열린 ‘ASK 2022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진 사장은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은 올 들어 운용자산이 총 12조달러(약 1경5200조원)를 넘어서는 등 지난 5년간 연 19%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KIC도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분야 등을 중심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대체투자의 장점에 주목하는 국내외 기관투자가(LP)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 사장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셧다운, 코로나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 사장은 “대체투자는 투자자의 자산 배분을 다양화할 수 있는 데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헤지(손실 위험 방지), 신규 대체투자 자산군 투자 비중 확대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2005년 설립된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외화를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자산 규모를 2000억달러(약 253조원) 이상으로 늘리며 세계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인정받고 있다.

KIC는 장기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4분의 1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KIC의 대체투자 비중은 17.5%로, 전년(15.3%)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2025년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25%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연기금·공제회·보험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투자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모투자 및 대체투자’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전경철 현대해상화재 자산운용2본부장은 “데이터센터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군의 발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던 국내 오피스 담보대출 등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부문 이사는 “유형·섹터별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북미·유럽 등 선진국 투자에 집중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으로 투자 보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석 새마을금고중앙회 CIO는 “e커머스 성장성이 반영된 물류센터나 물가 상승이 임대료에 연동되는 임대주택·기숙사형 시설 등은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