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18일 기아 화성공장을 찾아 전기차 EV6 생산라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오른쪽)이 18일 기아 화성공장을 찾아 전기차 EV6 생산라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기아가 18일 발표한 국내 투자계획의 핵심은 2030년 생산하는 전기차 두 대 중 한 대는 한국에서 조립하겠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감안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23만 대로 계획하고 있다. 이 중 45%에 달하는 144만 대는 국내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올해 국내 전기차 생산계획(35만 대)의 네 배가 넘는 규모다. 이날 기아 화성공장을 방문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여건에서도 현대차·기아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아는 경기 화성공장 약 6만6115㎡ 부지에 수천억원을 투입, 연간 최대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한다. 2023년 상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 생산이 목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파생 PBV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용 PBV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 물량을 점차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라인 증설 등도 추진한다.

2025년 첫선을 보일 PBV는 중형급 사이즈로, 성인 키에 이르는 넓은 실내와 적재성을 갖출 예정이다. 딜리버리, 차량 호출, 기업 간 거래 등 각종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는 중형 PBV 이후 음식, 생활용품 배송 등에 최적화된 무인 자율주행 소형 PBV와 일반 물류, 다인승 셔틀 등으로 활용 가능한 대형 PBV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반 전기차 모델도 다양해진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까지 18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갖출 예정이다. 올해 아이오닉 6,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을 출시한다. 기아는 13종의 전기차를 내놓는다. 올해 고성능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 기반인 충전 등 인프라 부문도 투자 항목이다.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한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신사업도 추진한다. 국내 부품사의 전기차 전환을 위한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대규모 투자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