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김범준 기자
“1군 건설사라는 틀에만 안주했다면 ‘업계 10위권’에 머물렀겠죠. SK에코플랜트는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결과 더 큰 영토를 발견했고 지금은 국내 1위 환경기업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기업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SK에코플랜트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다. 고참 직원들 사이에선 ‘최근 10년보다 더 큰 변화가 숨 가쁘게 몰아쳤다’고 말할 정도다.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올 초 신설 조직이 꾸려졌다. IPO, 신규 투자, 사업 전략을 준비하는 총괄 조직인 ‘Corp. strategy(기업전략) 센터’다. 유사 업종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 조직의 수장인 조성옥 센터장은 1975년생으로 최고 임원으로는 젊은 나이에 속한다. SK경제경영연구소, SK텔레콤 경영기획팀, SK㈜ 디지털투자센터 그룹장을 역임하며 사내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SK에코플랜트가 변화에 나선 게 지난해부터여서 대기업이 큰 틀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면서도 “내년에는 분명 투자자와 시장으로부터 비전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장하면 기업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IPO 상장 준비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했습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분투하는 해입니다. 폐기물 처리에서부터 재활용까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에도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소연료전지, 태양광·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K-OTC(한국장외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주당 9만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지만, IPO 때는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환경사업은 영세하고 낙후된 분야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모든 산업은 발전하기 위해 기업화 과정을 겪습니다.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대부분이 꺼리는 사업이지만 쓰레기 매립과 소각, 하수 처리 등은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나서 효율성과 기술력에 바탕을 둔 업무 고도화에 나서야 합니다. 그동안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준법과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SK가 환경사업을 선도하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환경사업이 과연 돈이 될까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입니다. 다수의 글로벌 사모펀드가 여러 환경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SK가 환경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어서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각종 폐기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재활용해 지속가능한 지구,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SV)와 경제적 가치(EV)를 모두 잡겠다는 게 SK의 경영 기조입니다.”

▷과거 주력이던 건설업은 축소되나요.

“건설업은 현재 수익을 내는 캐시카우인 만큼 잘 가꿔나갈 것입니다. 올 하반기엔 기존 ‘SK뷰’를 대체하거나 보강할 새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등 기존의 국내 건설사업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입니다. 50%가 넘는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비중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영역에서 성과를 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환경과 에너지, 건설 세 포트폴리오가 SK에코플랜트를 떠받치는 축입니다.”

▷기업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뜻의 ‘RE100’이라는 용어가 최근 화제가 됐습니다.

“RE100이야말로 우리에게 정말 큰 기회입니다. 이미 SK그룹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RE100을 선언했기에 우리는 그 솔루션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기업이 맞이할 미래인데, RE100을 실천하려면 건설 환경 에너지 등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춘 SK에코플랜트가 최적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올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연료전지를 비롯해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미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시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다가올 수소경제를 대비해 관련 자산, 기술, 솔루션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건설·에너지·환경 등 이질적으로 보이는 세 사업모델을 한 회사가 꾸려갈 수 있을까요.

“건설업에서 축적해 온 엔지니어링 및 사업개발 역량을 환경·에너지 영역으로 활용을 넓혔습니다. 소각·매립 등 기존 폐기물 관리에서 나아가 폐기물을 아예 제로로 만드는 리사이클링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장차 그린수소 생산, 연료전지 발전, 해상풍력, 폐기물 에너지화 등으로 탄소배출 제로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제로에너지 건축, 탄소중립 산업단지 개발 등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경과 에너지 사업의 각종 혁신 기술과 솔루션을 적용해 건설-환경-에너지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사업모델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향후 전략은 무엇입니까.

“SK그룹의 ESG(기업·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맞춰 그동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을 고민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2020년 국내 최대 환경 기업이었던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성공적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환경기업을 더 인수하면서 불과 2년 만에 수처리 1위, 폐기물 소각 1위, 폐기물 매립 3위의 국내 종합 환경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E-waste(전자기기 폐기물) 선도기업인 테스를 인수했습니다. 기존의 소각, 매립, 폐기물 관리 등 환경산업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영역에서 재활용, 재사용 등 기술 기반의 업스트림(upstream)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