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성 리볼빙 잔액 1년 새 17.8% 급증
평균 금리 14.83~18.52%…고금리 위험
카드론 DSR 포함에 따른 풍선효과 우려

금감원 "경영실적 분석…추가 대응 방안 검토"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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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잔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리볼빙은 매달 낼 카드대금 가운데 일정 비율(약정결제비율) 금액을 먼저 내고 나머지는 대출 형태로 이월해 갚는 서비스다. 리볼빙은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가까운데다 연체 시 가산금리까지 붙다 보니 가계 부채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말 기준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14조8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 기준 12조6032억원 대비 17.8% 급증한 수치다.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2017년 10조556억원, 2018년 11조4226억원, 2019년 12조95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대 증가율을 보였다. 2020년에는 2%대의 감소율을 기록하다가 지난해들어 급격히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증가, 정부의 DSR 규제 및 대출 총량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리볼빙 이용이 늘어난 건 월소득 대비 상환능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리볼빙은 결제 수단에 따라 결제성(카드)과 대출성(현금서비스)으로 나뉜다. 카드를 긁을 때 분할 결제 기간을 정하는 할부와 달리, 일시불로 결제한 뒤 납부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리볼빙의 특징이다. 잘 활용하면 카드값을 한 번에 결제하는 부담을 줄이고 연체를 막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이월한 금액에 상당히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1분기 기준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14.83~18.52% 수준으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의 상단이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한 셈이다. 대표적인 고금리 대출로 잘 알려진 카드론과 비교했을 때도 금리가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 12.52~14.51%와 비교하면 리볼빙 평균 금리가 하단 2%포인트, 상단 4%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금액이 연체될 경우 최대 3%의 가산금리가 적용돼 더 비싼 이자율이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고금리 대출 성격을 띠는 리볼빙 잔액이 향후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단 점이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DSR 산정에 카드론을 포함하면서 리볼빙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카드사 DSR 기준 자체가 기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 점도 리볼빙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리볼빙 서비스 중 신용카드 결제 금액 상환 일자를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의 경우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카드사들은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상태다. 카드론 수요를 리볼빙으로 흡수하기 위한 마케팅 강화에 나서면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리볼빙 서비스 신규 신청 고객에게 커피 쿠폰과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카드 승인액이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리볼빙 서비스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 승인액 자체가 증가할 경우 리볼빙에 대한 고객 접근성과 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카드 승인액은 97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집계된 885조7000억원보다 10.3% 증가한 수치다. 전체 카드 승인액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왔다. 2018년 810조7000억원, 2019년 856조6000억원으로 카드 승인액은 매년 5% 이상씩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카드 승인액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전체 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249조원을 기록한 상태다.

올해 리볼빙 잔액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경우 향후 이용자의 부채 부담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금리 인상기에 18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가 한국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볼빙 잔액이 급등할 경우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빚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리볼빙 잔액 규모 증가에 따른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금감원은 현재 리볼빙 잔액 규모 증가에 따른 추가 대응 방안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카드론 DSR 산정 포함에 따른 리볼빙 서비스로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분기별 잔액 규모 확인, 경영실적 분석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고금리 이자 적용에 따른 리볼빙 사용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조치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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