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에 맞춰 원전담당 차관보(1급) 자리와 원전수출국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17일 파악됐다. 원전 수출 확대 등을 위한 목적이지만 원전업계에선 일감 부족으로 부품업체들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산업부는 조직 키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가 신설하려는 원전수출국은 윤석열 정부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올해 구성할 계획인 ‘원전수출전략추진단’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원전수출전략추진단 위원장은 산업부 장관이 맡고 외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 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조직이 출범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국(局) 단위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부 논리다. 또 국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총괄할 차관보 자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부 내 원전 전담 조직인 원전산업정책국 산하에는 원전산업정책과·원전수출진흥과·원전환경과·원전지역협력과 등 4개 과가 있다. 새로운 국을 만들지 않으면 원전수출진흥과가 원전 수출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분리된 지금의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고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원전수출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 수출은 한전이 중동을, 한수원이 동유럽 시장을 맡는 어정쩡한 형태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원전업계에선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 원전 생태계를 망친 산업부가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에 기대 ‘몸집 키우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산업부 출신의 정재훈 사장이 한수원을 맡은 뒤 원전산업을 뒷받침하는 한수원 고유 업무가 무너졌다”며 “탈원전의 책임이 있는 산업부가 오히려 원전 강화 정책의 특혜를 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