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전쟁서 지고 있다"
기로에 선 강희석의 이마트
"여보, 이마트 주식 사고 싶어?"…아내는 머뭇거렸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출근길 남편을 보고 아내가 자랑하듯 얘기한다. “쿠팡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000원 쿠폰을 주네. 서울우유 1ℓ짜리 2개(6340원)를 3340원에 샀어” “그렇군…” 시큰둥한 대답에 아내가 한마디 더 보탠다. “로켓와우 회원이라 배송비도 공짜라니까. 포장도 깔끔하네”.

그러고 보니 요즘 평범한 가정의 남편들의 일과는 새벽에 배송된 문 앞의 상품 더미를 옮기는 일로 시작된다. 현관에 쌓인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다. 초봄엔 오아시스에서 주문한 돌나물을 ‘이거 예전에 먹던 돌나물 맞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먹었고, 늦봄엔 마켓컬리의 당도 높은 딸기를 양껏 즐겼다. 화장지, 식용유 같은 생필품들은 쿠팡으로 필요할 때마다 주문한 지는 꽤 오래됐다.

소비는 일종의 습관이다. 특히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소비의 ‘루트’는 거의 정해져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남편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아내를 따라 대형마트에 가서 상자째 물건을 사서 차에 싣고 오곤 했다. 불과 2년 여 만에 소비 습관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온라인 쇼핑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눈으로 보고 사야 하는 것으로 믿었던 신선식품에서마저 대형마트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을 정도다. 쿠팡, 오아시스, 컬리에서 배달된 물건들을 정리하던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이라면 이마트 주식 사겠어?”…“글쎄…쿠팡도 안 사겠지만 이마트도 좀…”
어닝쇼크 VS 계획된 축소…이마트 1분기 실적 논쟁
“계획된 축소다” 지난 12일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이마트의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72% 줄어든 것에 대해 “중장기 계획하에 진행된 예견된 결과”라는 답변이었다. 증권 시장도 대체로 이마트 측의 설명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13일 소폭 하락했던 이마트 주가는 16, 17일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마트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등 발 빠르게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마트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계 대장주다. 대형마트 1위이자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 W컨셉, 스타벅스코리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이란 측면에서 이마트를 따라올 기업은 국내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신통치 않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2019년 10월 취임한 이래 하향 추세다. 취임 초기 18만원대까지 올라갔던 이마트 주가는 12만7000원(17일 종가)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가 현시점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박스권에 머물 것인지, 대세 상승세를 탈 것인 지의 분기점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1분기 실적만 보면, 이마트의 당면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분기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는 등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하지만 이마트 별도 매출은 4조21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별도 기준 영업이익(917억원)은 18.9%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기존 점 신장률이 2.4%”라며 “전년의 하이 베이스(high base)를 극복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워낙 실적이 좋았던 터라 이를 넘어섰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자평이다.
자료=이마트 홈페이지 IR 자료

자료=이마트 홈페이지 IR 자료

방역 해제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4, 5월 실적 추이가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이마트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들 사이에선 “이마트를 비롯해 대형마트 부문 실적이 신통치 않다”고 전했다. 외식 수요가 폭발한 데다 방역 해제로 한꺼번에 물건을 사놔야 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대형마트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두 분기 연속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정체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마트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 관계자는 “4월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고, 기존 점 신장률도 4.3%”라며 “5월 매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 전문가들은 약 2년간의 소비 습관의 변화를 이마트가 얼마나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1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생필품과 식자재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클릭 쇼핑’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문 앞에 쿠팡, 컬리, 오아시스 등에서 주문한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풍경은 평범한 가정의 일상이 됐다. 쿠팡의 유료 회원은 900만명을 넘어섰고, 한 번 가입한 고객의 장바구니는 매년 30%씩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에서 식자재를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이제 화장지, 접시 등 일상 용품으로 교차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마켓글로벌 경영권 프리미엄만 1조원?…‘승자의 저주’ 오나
이마트의 미래와 관련해 지마켓글로벌 인수 효과에 대한 논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이마트는 e커머스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3%를 점유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네이버(점유율 18%)에 이어 쿠팡을 제치고 2위(15%)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직전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영업이익이 615억원을 기록하는 등 15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형 e커머스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점도 이마트의 대규모 투자를 이해하는데 ‘플러스’로 작용했다.

이마트의 올 1분기 실적 발표는 유한회사였던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의 실적이 처음으로 자세히 공개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마켓글로벌의 1분기 GMV(총거래액)은 3조7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SSG닷컴의 GMV가 1조55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1분기에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작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아 1년 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20년까지 15년 연속 흑자를 냈던 기업이 이마트에 인수된 후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지마켓글로벌 관계자는 “거래액(GMV)이 감소한 것은 카테고리 운영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1분기에는 거래액 기여도가 낮은 식품, 생필품 등 저단가 카테고리에 집중했고, 덩치가 큰 렌탈 부문을 대폭 축소하면서 거래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분기엔 신세계그룹 전체가 참여하는 빅스마일데이를 열어 거래액을 늘릴 수 있으며 디지털, 가전 등 거래액 기여도가 높은 품목도 여름에 집중적으로 판매할 예정이어서 전체 거래액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와 관련해선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스마일배송 확대 등 물류 투자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줄어들었다”며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외형과 수익은 같이 우상향하는 것이 최상이고, 차선책으로는 수익성을 잠시 보류하더라도 외형을 키우거나, 외형을 정체시키면서 이익을 얻는 방책이 꼽힌다. 지마켓글로벌의 설명은 쿠팡처럼 물류 투자를 늘리고, 모객을 위해 쿠폰을 뿌리는 등 외형을 키우려하다보니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정작 결과는 외형과 수익 모두 줄어들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얘기다.
자료=이마트 홈페이지 IR 자료

자료=이마트 홈페이지 IR 자료

지마켓글로벌의 실적은 과연 이마트가 지마켓글로벌을 제값에 주고 산 것이 맞냐는 논란과 연관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가 1분기 실적에 반영한 PPA(기업인수가격배분, purchase price allocation) 상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통상 M&A는 시장에서 평가되는 공정 가치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건이 매력적이라면 시장가보다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이치다. 공정가치와 실제 지불가의 차이를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를 회계상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다. 이때 등장하는 기법이 PPA다. 상각을 해야 할 것과 아닌 것으로 분류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100이라고 가정하면 이 중 10은 영업권, 20은 유형자산, 60은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마트도 롯데 등과 경쟁하면서 지마켓글로벌를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공정가치보다 얼마나 더 웃돈을 줬느냐가 관심이었는데 이마트는 최소 8000억~1조원 정도를 지마켓글로벌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책정했다. 우선 이마트가 10년간 상각하겠다고 밝힌 내용연수가 있는 무형자산만 해도 총 1조6000억원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지마켓글로벌 인수 때 지불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이마트가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000억원이 프리미엄으로 지불됐다는 얘기다. PPA 과정에서 무형자산의 비중이 얼마로 인식됐느냐에 따라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에 상각 처리하지 않은 영업권 등도 경영권 프리미엄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마트가 상각해야 할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를 매우 보수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거래는 대상이 e커머스 기업이라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다. 상각해야 할 무형자산을 무엇으로 책정할 것이냐의 이슈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멤버십 회원 수, 트래픽 등 고객 관계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며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3곳에 문의한 결과 고객 관계와 관련된 무형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어 10년에 걸쳐 정액으로 상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수, 트래픽, GMV 등은 영업 활동에 따라 신규 회원 수 증가 등 플러스 요인도 있지만, 회계 원칙상 마이너스 요인만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상각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회계법인의 권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진행한 평가라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마트는 최소 8000억원을 10년에 걸쳐 효용이 사라지는 지출로 평가한 셈이다.

이마트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대폭 축소된 것과 관련해 지마켓글로벌과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인수에 따른 무형자산 감가상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배당을 줄이기 위한 전략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왔다. 무형자산 상각은 판관비로 인식돼 장부상 영업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현금흐름에는 영향이 없지만, 배당의 재원인 영업이익이 줄면서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마트에 따르면 배당은 별도 기준 영업이익에 기초하는 것이어서 연결로 잡는 무형자산 상각과는 관계없지만 투자자들의 이마트 주가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아닌 미래를 봐달라”…3년차 CEO 강희석의 고난도 과제들
"여보, 이마트 주식 사고 싶어?"…아내는 머뭇거렸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1분기 실적만으로 이마트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하면서 현재보다는 미래를 봐달라고 주문했다. 인수 후 지마켓글로벌의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얘기다. M&A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을 팔려는 측은 최대한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이익을 과장하고 손실 위험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1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이마트의 현실은 낙관보다는 비관에 가깝다. 올해로 3년째 이마트를 이끄는 강희석 대표는 지마켓글로벌과 SSG닷컴을 ‘합병은 하지 않지만,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SSG닷컴 투자자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실적으로도 디지털 환경의 현격한 차이로 통합을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평가된다. 멤버십 통합, 유기적인 채널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 이마트의 복안인데, 그럴 요량이면 네이버와 한 것처럼 지분교환 등 다른 방식을 하지 뭣 하러 프리미엄까지 줘가며 인수를 한 것이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전국에 엄청난 부동산 자산을 깔고 앉아 있는 이마트의 ‘오프라인 근성’을 어떻게 ‘온라인 마인드’로 돌리느냐도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국내 대형마트 최장수 CEO인 강희석 대표가 고난도 저글링에 가까운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고, 이마트의 주가를 장기 우상향으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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