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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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전력이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전력을 사들일 때 지급하는 돈(용량요금)을 연간 1000억원가량 줄이기로 했다.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7조78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한전의 경영난을 고려한 조치다. 업계에선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한 ‘민간 발전사 팔 비틀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는 전력도매시장의 ‘용량요금’ 산정 방식을 바꾸는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오는 20일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용량요금 산정 기준 중 하나인 ‘환경기여도’를 삭제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지급하는 용량요금이 줄어든다.

정부는 지금까지 용량요금 산정 때 환경 기여도를 반영해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전·LNG·수력발전을 석탄발전보다 우대해 왔다. 친환경 발전이 민간시장에서 확산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환경 기여도를 삭제하면 한전이 친환경 발전에 지급하는 돈이 줄어든다. 민간발전협회 분석에 따르면 용량요금 산정 때 환경 기여도를 삭제할 경우 한전이 지급해야 할 연간 용량요금이 원전은 681억원, LNG는 1011억원, 양수·수력발전은 152억원 등 총 1900억원가량 줄어든다. 반면 석탄발전소의 용량요금 수입은 연간 19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석탄발전소와 원전, 양수·수력발전소는 대부분 한전의 발전자회사 여섯 곳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한전 발전자회사의 실적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한전 실적에 잡히는 구조다. 반면 LNG발전소는 대부분 민간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용량요금 산정 방식이 바뀌면 한전은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만 LNG발전소는 연간 수입이 1011억원 줄어든다. 정부의 용량요금 개선안에 대해 “한전 손실을 민간에 떠넘기는 조치”란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기여도 삭제는 탄소중립을 위해 저탄소 전원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역행한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친환경 전원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LNG발전소에 투자한 민간 기업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민간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개선을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시장원리를 적용해 전기요금을 정하겠다는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영업적자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시장에서 나온다.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한전이 용량요금 산정 방식 변경을 요구한 건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취지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제도를 변경하면 기업들이 전력 당국을 믿고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며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인 전기요금 인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김익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