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독자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사진=독자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구매하면서 화제가 된 국내 구두 브랜드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16일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기업인들을 존중해주고 사회적으로도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대학에서 강연한 후 "어떤 꿈을 갖고 있나"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본 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학생이 공무원, 교사를 꿈꾸고 있다는 답변때문이다. 똑똑한 친구들도 대부분 의사나 변호사만을 꿈꾸는 등 직업적 '안전'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 대조적이었다. 그가 중국 베이징 한 대학에서 강연했을 땐, 학생들로부터 들은 직업 선호도 1순위는 '기업가'였다. 공무원은 2순위였다. 그는 국내 대학생들에게 "평생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보다 세금을 만드는 인생을 사는 것이 더 멋진일"이라며 "기왕이면 월급을 받는 인생보다 월급을 주는 인생이 돼라"고 조언했다.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네르 검은색 구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네르 제공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네르 검은색 구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네르 제공
그는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이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중국보다도 뒤떨어지고 있는 배경으로 규제를 꼽았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7개국 대상의 기업가정신 지수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기준 2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었는데, 정부의 규제와 관련 기관들이 많아져 기업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체감한 가장 심한 규제는 최근 강화된 산업안전과 환경관련 규제들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단 한번의 사고로 대표이사가 구속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각종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암시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너무 많은 정부 기관들이 조사를 명목으로 중소기업들을 힘들게 했다"며 "각종 규제와 조사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자꾸 규제를 가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응원해주고 박수쳐 줘야하는 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주변에서 공장을 접으려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래 대한민국은 이렇지 않았는데, 최근 몇년간 공무원 숫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그런 경향이 많아졌다"며 "친기업 정부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선 이런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업인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백화점서 신발 구매 나선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주말 백화점서 신발 구매 나선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 회사가 화제가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 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예고없이 방문해 이 회사 구두를 사면서 부터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 외출에서 구매한 구두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온·오프라인 주문이 몰려 이 구두는 하루 만에 품절됐고 이 회사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먹통이 됐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백화점에서 비싼 명품을 사지 않고 중소기업 제품을 사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최근 3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바이네르는 매출 250억원 규모의 국내 컴포트슈즈 1위 업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졸 학력에 구둣방 견습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47년 구두 외길'을 걸어온 '구두장인'기업인이다. 당초 '안토니'라는 구두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어려워진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바이네르를 직접 인수했다.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됐고 국무총리 표창,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 어릴적 자신처럼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돕고자 '안토니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고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그의 경영 철학은 △회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 회사 구성원이 모두 행복한 회사를 만들자 △ 그 속에서 나(대표)도 행복하자 등 3가지다. 그는 “코로나19사태 영향으로 연간 매출이 500억원이었다가 최근 200억원대로 떨어졌고 지금 회복되는 단계"라며 "다시 전성기가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베트남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그는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인이 가장 신고 싶어하는 구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