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원스토어 상장 철회
쏘카·오아시스 등 공모 추진 기업
전략 수정 등 전면 재검토 불가피
투자자 희망가격과 간극 맞춰라
상장전 높은 가치 평가 '걸림돌'
코스피 급락장서 고평가 분위기
일부선 '분위기 반전' 기대감도
“공모가 눈높이와 공모 시기를 조율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한번 높아진 고객사의 눈높이를 다시 낮추기 어렵지만,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예비 IPO 기업과 주관사단이 분주해졌다. 지난 6일 SK쉴더스를 시작으로 원스토어(11일)와 태림페이퍼(11일)까지 ‘대어’의 연이은 상장 철회 탓이다. 갑작스러운 ‘혹한기’를 맞아 공모 전략 수정이나 상장 연기가 잇따를 전망이다.
○쏘카·오아시스 등 ‘어쩌나’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당초 1분기 실적을 기초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를 밟으려던 계획을 밀어붙일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는 지난달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 공시 이후 가장 먼저 시장의 평가를 받을 대어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해온 오아시스마켓과 CJ올리브영 등도 주관사단과 시장 상황을 공유하며 향후 일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대다수 대형 IPO 공모 기업은 일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단계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다 SK쉴더스 등의 연이은 상장 철회로 공모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뛰어난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SK쉴더스의 경우 흥행까진 아니더라도 상장엔 문제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1주일여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고 말했다.
11번가와 LG CNS 등 주관사를 물색 중인 고객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증권사의 고민도 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조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해선 선택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이 내부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실패 위험을 줄인 상장 전략을 제시하는 곳에 가산점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공모가 눈높이 낮춰야”
그동안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모가 눈높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수개월 전 IPO를 추진할 당시의 비교기업 주가를 기준으로 삼거나 일부 사모펀드(PEF)의 평가를 기초로 비싼 가격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2604.24로 마감해 4월 이후로만 5.9% 떨어졌다. 2021년 7월 최고점(3305.21)과 비교하면 26.9% 급락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주가가 빠르게 내린 뒤로는 기관이 공모가액을 ‘무조건 비싸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고평가 논란의 대상이던 많은 기업의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상장 전 PEF 등으로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이력도 공모가액 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IB본부장은 “최근 수년간 PEF에 유동성이 몰리면서 상장 전 장외 주식 가치가 크게 올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해당 가치가 현재 공모주 투자자의 희망 가격과 상당한 간극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반전’ 기대도
시장이 변덕스러운 만큼 머지않아 IPO 시장이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3월 상장을 완료한 20개 신규 상장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기준 일반청약 경쟁률은 단순 평균 1089 대 1로 작년까지 3개년 평균 881 대 1을 웃돌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로 직행) 기록도 세 건이 나왔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달 28일 초고화질 콘텐츠 제작업체인 포바이포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오른 채 마감하며 사그라들지 않은 공모주 투자 열기를 보여줬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2020년 SK바이오팜의 상장처럼 기대 이상으로 흥행하는 공모주가 또 나와 분위기를 바꿔놓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작년 국내 IPO 시장은 팬데믹 이후 주가 급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약 20조400억원어치 주식을 소화했다.
산업용 기계 부품 제조업체 K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250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수준이다. 자산은 200억원으로 부채가 50억원, 부채를 뺀 순자산은 150억원이다.K사는 여러 거래처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해왔다. 건전한 재무구조도 갖췄다. 이도신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산업용 기계 부품을 제조해 다수의 거래처에 꾸준히 판매하면서 지속적인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약물 설계 전문기업 보로노이가 공모 가격을 낮춰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한다.보로노이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올 3월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공모 절차를 재개했다. 희망 공모가격은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30% 낮췄다. 공모 주식도 200만 주에서 130만 주로 줄였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6667억~8667억원에서 5056억~5814억원으로 낮아졌다.회사 측은 주당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44.8%로 대폭 높였다.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의 대다수를 일정 기간 팔지 않기도 약속하는 보호예수도 걸었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상장 예정 주식의 약 25.6%에 해당하는 323만5562주로 예상된다.보로노이는 다음달 8~9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14~15일 청약을 거쳐 6월 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마켓 인사이트]신문 전자 스크랩 서비스 프로그램인 아이서퍼로 유명한 비플라이소프트가 오는 6월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이 회사는 20여 년간 축적한 뉴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뉴스 서비스와 분석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독자적 플랫폼을 갖춰 대형 포털 사이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디지털 라이징의 선두 주자비플라이소프트는 사업 초기 공공 기관의 의뢰를 받아 다양한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토목 건설 관리 솔루션과 지방세 체납 관리, 주정차 위반 단속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검색·처리하는 업무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 수집 프로그램과 대용량 검색 엔진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1999년 입찰 정보 서비스 비드큐를 출시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아이서퍼를 출시하며 사업 전환점이 찾아왔다. 과거에는 종이 신문을 손으로 잘라 스크랩해야만 했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종이 신문 구독자가 점차 줄기 시작했지만 짜여진 판형의 신문을 스크랩하려는 수요는 여전했다.공공 기관이나 기업 홍보 부서는 여전히 언론 모니터링에 신문 스크랩을 활용했다. 온라인에서 지면을 그대로 스크랩하고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이서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신문 지면 레이아웃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기사의 문단과 라인, 문자 단위를 분해해 재구조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비플라이소프트는 아이서퍼를 기반으로 기사를 자동 편집하고 종이 신문과 같은 아날로그 문서를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 역량을 확보했다.아이서퍼는 비플라이소프트의 대표 캐시카우다. 이 프로그램으로만 연간 13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전체 매출에서 아이서퍼가 차지하는 비율은 76%에 달한다. 아이서퍼 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뉴스 분석 서비스인 ‘위고몬’, 디지털 라이징 도구 ‘아이루트’, 지면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타이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기업·정부 기관·관공서 등이다.최근에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신규 서비스인 ‘로제우스’를 통해서다.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출시한 로제우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언론사의 뉴스를 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한국의 포털 사이트는 30~40여 개 언론사의 저작권만 가지고 있다. 반면 로제우스는 3000여 개 언론사의 저작권을 보유 중이다. 매일 쏟아지는 수십만 건의 뉴스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개인이 원하는 뉴스 서비스를 선별해 제공한다. 네이버를 비롯해 국내 뉴스의 유통권을 장악한 대형 포털 사이트가 경쟁 상대다.로제우스는 개방형 오픈 플랫폼으로 설계돼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지 않더라도 PC나 모바일 등 기기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뉴스룸’은 현재까지 약 400만 건의 콘텐츠가 생산됐다.상장 후 유통 물량 60%…오버행 우려도비플라이소프트는 이번 상장에서 총 100만 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 가격은 1만6500~1만9000원, 시가 총액은 1055억~1215억원이다. 공모 규모는 165억~190억원이다. 대표 주간사 회사는 IBK투자증권이 맡았다.전체 공모 물량의 10%가 구주 매출이다. 창업자인 임경환 대표가 10만 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아 최대 19억원을 확보한다. 임 대표는 회사 지분 38.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상장 후 임 대표의 지분율은 31%대로 낮아진다.공모 자금 중 32억원은 시설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다. B2C 서비스를 위한 서버 확충에 투자한다. 그중 70억원은 문서 레이아웃 자동 인식 기술 등 AI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다. 로제우스 플랫폼의 안착을 위한 마케팅에도 약 45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다만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주가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투자자는 위축될 수 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유통 가능 물량이 50%를 넘긴 애드바이오텍과 나래나노텍 등은 공모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상장 후 주가 역시 부진하다.비플라이소프트는 상장 예정 주식 수 639만5145주 중 62%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공모 단계에서 기업공개(IPO) 기업의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3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주요 주주들은 유통 물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의식해 보유 주식 일부에 대해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했다.비플라이소프트의 2대 주주인 개인 주주 한세희 씨는 보유 주식 약 46만 주 중 26만 주에 대해 1년간 보호 예수를 설정했다. 슈퍼 개미인 한 씨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8년 비플라이소프트에 38억원을 투자해 지분 16%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지분 일부를 주당 1만3000원에 장외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현재 8.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지분율은 7%대가 된다.3대 주주인 휴온스글로벌도 24만 주 중 10만 주에 대해 1년간 인출 제한을 걸었다. 휴온스글로벌은 2016년 주당 4167원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4.39%다. 비플라이소프트가 희망 공모가로 상장하게 되면 약 4배의 투자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코넥스 시장에서 비플라이소프트의 주가는 1만2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희망 공모 가격을 밑돈다. 상장 직후 주가가 코넥스 시장에서의 주가 이상으로 올라가면 차익 실현을 노리는 소액 주주도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