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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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부채가 14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재무 담당자들은 요즘 표정이 어둡다.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돌파를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이 두 회사의 실적은 환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 환율이 10% 뛰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4853억원, 3761억원가량 증발한다. 수출 제조업체들도 뜀박질하는 환율에 울상을 짓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이 무역 흑자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라는 게 수출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커지는 무역적자

1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19원32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환율(1144원60전)과 비교해 6.53%(74원72전) 상승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무역수지 흑자 폭도 커졌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평균 환율이 1398원88전으로 전년 대비 47.08%(447원77전)나 뜀박질하자 경상수지 흑자가 401억1280만달러로 연간 흑자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도 상황이 비슷했다. 그해 평균 환율이 1276원40전으로 전년 대비 15.76%(173원81전) 상승하자 2009년 경상수지(330억8760만달러 흑자)는 1998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정반대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무역수지(수출에서 수입액을 뺀 것)는 9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79억24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올 1분기 경상수지도 150억6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1분기보다 32.56%(72억7000만달러) 줄었다.

경제학계도 ‘환율 상승=수출 기업 호재’라는 도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요인 분석’ 보고서는 “환율을 비롯한 금융 요인이 경상수지 흑자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구조다. 해외에서 조달하는 원재료를 들여와 재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이 국내 제조 기업 사이에서 자리 잡으면서 원화의 영향력이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비싼 돈을 주고 원자재 등을 사와야 한다. 그만큼 실적과 채산성은 훼손된다. 환율이 뜀박질하면서 지난 4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나 뛰었다.

여기에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가치가 폭락한 것도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들어 달러당 엔화 환율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30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외화 조달처 다변화”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환헤지(위험회피) 상품에 가입하거나 달러 유동성을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내는 항공사들은 외화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강세를 보이는 달러 차입금 비중을 줄이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엔화나 유로화, 원화 등의 차입금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달러를 주고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하는 화학업체와 철광석·석탄을 들여오는 철강업체는 달러를 받는 수출을 늘리는 형태로 환차손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달러 가치가 변동되는 것을 비롯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보다 ‘득’이 많은 자동차 업체들도 사업 계획 조정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향상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면서도 “환율과 금융 여건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높은 만큼 전체 사업 계획을 재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강경민/김일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