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사진은 전남 신안군 증도면 갯벌의 모습.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증도면 갯벌의 모습.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흡수원으로 최근 삼림보다 바다가 더 주목받고 있다. 해양생물의 광합성을 통한 탄소흡수원 기능을 일컬어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고 한다. 산림을 일컫는 그린카본(green carbon)과 구별한 말이다. 지난 200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서 열대 해양식생숲에 주목하며 등장한 블루카본 개념은 2013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갈대나 칠면초 등 염습지, 해양에서 자라는 나무인 맹그로브, 해초인 잘피가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되며 주목받았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도 블루카본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김종성 서울대 교수팀이 2017~2020년까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약 2500km2로 세계 5대 갯벌인 한국의 갯벌은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며, 매년 자동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다만 맹그로브숲 등 해양식물 일부에만 적용되는 블루카본 인정 범위를 넓혀 갯벌을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지난 5월 10일 블루카본 기반 기후변화 적응형 해안조성 기술개발 연구단(블루카본연구단)은 서울대에서 전문가 워크숍을 열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단은 해양생태계의 신규 탄소흡수원을 발굴하고 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 연구에는 5년간 412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


삼림보다 흡수가 빠른 블루카본

블루카본은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 중 탄소흡수원 확대 분야에 포함됐다. 현재 산림 위주로 진행되는 자연 기반 탄소흡수원에 바다(갯벌과 해양생물)를 포함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보다 폭넓게 인정받기 위해서다. 블루카본연구단의 연구로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인벤토리로 들어가고 장기적으로는 IPCC 등에 인정받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최근 발표한 2021년 글로벌 탄소수지 보고서(Global Carbon Budget)에 따르면 연간 블루카본(108억 톤)은 육상 산림(104억 톤)과 탄소흡수 총량은 비슷하지만 흡수 속도는 최대 50배 빠르다. 삼림에 비해 적은 면적에서도 높은 흡수량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가 노후하면서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산림에 비해 바다는 꾸준한 탄소흡수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해양수산부는 블루카본을 통해 해양수산업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406만2000톤에서 2050년 42만2000톤까지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갈대와 칠면초 등의 염습지, 해초대 등 잘피림,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숲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갯벌은 포함돼 있지 않다.

국내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비식생 갯벌)과 갈대 등 염생식물이 사는 갯벌(염습지)로 구분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갯벌 표면에 사는 저서미세조류다. 이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장기간 퇴적작용을 통해 퇴적물 내로 격리되며 탄소를 저장해준다. 두 번째로 대륙붕 사이 퇴적물도 관심 있게 보는 탄소흡수원으로 꼽힌다. 영국 연구진은 자국 연근해 대륙붕 내 연간 약 10만 톤의 탄소가 저장된다고 보고했다. 최근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조개 등 패류다. 바닷물에 녹아든 이산화탄소를 석회 패각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서 탄소가 격리된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는 패류에 의한 블루카본양을 산정해 블루카본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패각·해조류 등도 연구 박차

일차적으로 비식성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된다면 우리나라는 거대한 탄소흡수원을 얻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블루카본사업단은 연안퇴적물 탄소저장 잠재량 평가 연구는 물론 갯벌 식생 복원과 함께 갯벌 및 퇴적물, 패각이나 해조류 등 해양생물의 탄소흡수량 산정을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해양생물 종수는 9900여 종으로, 단위면적당 종수(32.3종)가 세계 1위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탄소흡수원이 되려면 해당 지역의 보전이 선결 과제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30-30 목표였다. 이를 반영해 해수부는 지난해 제5차 해양환경종합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20% 확대한다고 발표하며 보호구역의 확대에 신경 쓰고 있다. 콘크리트로 덮인 정돈된 해안선을 자연 해안선으로 복원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블루카본은 각국에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한 118개 국가 중 71개 국가가 해양 연안 생태계를 활용한 감축원을 포함시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블루카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블루카본연구단의 연구 성과를 반영해 2024년 NDC에 블루카본을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갯벌, 블루카본 가능성 충분…국가간 협력 나서야“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
- 비식생 갯벌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식물의 탄소흡수량을 단위면적과 단위시간당 흡수되는 양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흡수계수라고 한다. 이 흡수계수를 면적에 곱하면 특정 생태계의 총흡수량이 나온다. 우리 연구실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블루카본 사업 1단계 연구를 진행하면서 갯벌의 흡수계수에 주목했다. IPCC에 따르면 흡수계수는 잘피가 0.4, 맹그로브는 1.62, 염습지는 0.91 정도가 나온다. 우리가 주목하는 비식생 갯벌은 0.2에서 0.54 정도로 산출됐다. 잘피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비식생 갯벌은 전체 2500km2 정도 되고, 30~40km2는 염생식물이 발달한 염습지, 10km2는 잘피림이다. 비식생 갯벌은 면적이 매우 크기 때문에 총흡수량도 많다. 이 비식생 갯벌에는 저서미세조류가 사는데,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식물이다. 이 식물들이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해 고정하는 역할을 하고, 이 유기물 덩어리들이 사체가 되면 퇴적물로 쌓여 탄소가 침적되어 격리되는 구조다.”

- 실제 갯벌의 탄소격리 효과가 뛰어난가.

“탄소격리는 광합성을 통한 흡수와 퇴적을 통한 침적 두 가지로 나뉜다. 저서미세조류는 오래 살지는 않고 나오는 바이오매스양도 적지만, 생산하고 죽으면서 침적되어 탄소가 장기간 격리되는 효과를 준다. 이 흡수와 퇴적 2가지를 합쳤을 때 총탄소저장량이 계산되는데, 저서미세조류는 광합성 흡수량은 적지만 침적량이 많아 탄소저장량이 크다. 실제 갯벌 퇴적물을 보면 갈색이나 녹색을 띠는데, 그것이 바로 미세조류다. 맹그로브는 나무가 굵고 크기 때문에 광합성량이 많지만, 염습지를 이루는 갈대 같은 염생식물도 광합성량은 크지 않아도 침적이 많이 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비식생 갯벌 연구는 저서미세조류에 의한 탄소침적량을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 갯벌 외 다른 후보군은 어떤 것이 있나.

“Pidgeon(2021) 보고서를 보면 블루카본이 6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온실가스 제거 효과 ▲탄소 장기 격리 여부 ▲인위적 영향 ▲관리 실용성 ▲IPCC 인정 여부 ▲타 정책 연계 가능성이다. 갯벌의 경우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제거 효과와 탄소 장기 격리 여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했고, 앞으로는 갯벌의 온실가스 감축 기능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 인벤토리의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 식생의 분포와 종류에 대해 파악하려 한다. 다른 블루카본 유력 후보군으로는 대륙붕 저서퇴적물, 미역 등 해조류가 있고 잠재 후보군으로는 굴암초(패류), 식물플랑크톤, 산호 등이 있다. 앞으로는 대륙붕의 하조대 저서퇴적물의 탄소저장량과 침적률을 고려한 흡수계수, 패류의 패각을 만드는 과정과, 식물플랑크톤 및 산호의 생물량과 흡수량을 통한 흡수계수를 산정하고, 탄소격리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제거 및 탄소격리 기능을 인정받은 잘피나 해조류 등은 국내외 자료를 취합해 블루카본 인정 가능성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 IPCC에서 신규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2가지 방법이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 산하의 과학기술부속기구(SBSTA)에 제출하는 방법과 IPCC에 직접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가 가진 블루카본의 능력은 이미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지금부터는 정치와 외교적 도움이 필요하다. 그동안 맹그로브나 잘피 등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은 것도 이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노력이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갯벌이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론적으로는 10년 안에 가능하기를 바라는데, 국가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앞당길 수 있다. 맹그로브숲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은 인도네시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 COP26에서 인도네시아와 함께 블루카본에 관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고, 오는 7월에도 인니·캐나다와 함께 블루카본 국제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 2단계 연구는 어떻게 달라지나.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는 리빙 쇼어라인(living shoreline)이라고 해서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얻은 연안습지의 재해 저감 효과가 연간 25조원으로 경제성이 입증됐다. 이번에 진행하는 2단계 연구에서는 한국형 리빙 쇼어라인, 즉 ‘숨 쉬는 해안’을 목표로 블루카본의 신규 탄소흡수원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과학적 연구가 한 축이라면, 탄소흡수를 잘할 수 있게 하는 탄소흡수형 연안 조성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적 측면이 또 다른 축이다. 새로운 감축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새로운 서식지에 대해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하는데, 블루카본 기반 식생 조림 사업을 해 탄소흡수 기여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 해양식생 사업이 산림 조성보다 더 경제적인가.

“동일 면적이라면 바다 식생이 산림보다 흡수량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본다. 같은 면적에 한쪽은 나무 한 그루, 한쪽은 갈대 및 칠면초를 식생한다고 하자. 염생식물의 밀도를 빽빽하게 하면 산림보다 더 많은 양을 심을 수 있다. 또 산림은 조성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갈대는 다 자라는 데 1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죽으면 쌓이고 침적돼 탄소를 지속적으로 격리하는 효과가 있다. 기본적으로 갈대 식재 비용(6만원)이 나무 한 그루(약 110만원)보다 매우 저렴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또 산림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탄소흡수량이 낮아지지만, 바다생태계는 그렇지 않다. 관리 면에서도 바다식생은 거의 관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갈대의 경우 올해 심으면 다음 해 바로 빽빽하게 조성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