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인 ‘루나’가 하루 만에 97% 폭락했다. 200억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지 2년 만에 세계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오르며 업계에서 화제가 된 코인이다.

11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 기준 루나는 0.76달러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97.7% 떨어졌다. 1주일 전과 비교하면 99.1% 폭락한 가격이다. 루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한 데다 11일 하루에만 기존 유통물량(3억8600만 개)을 크게 웃도는 4억7104만 개의 루나가 신규 투하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일제히 루나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루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나 결제서비스에서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가치를 고정하기 위해 개발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대 1로 교환이 가능한 코인이다.

테라는 업계로부터 ‘폰지사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가치를 떠받치는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1달러보다 1테라의 가치가 떨어져서 균형이 깨지면 테라 보유자는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맡기고 1달러어치의 루나를 받아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서 테라폼랩스에 팔면 시중에 도는 테라의 공급량이 줄기 때문에 가격이 다시 올라 1달러에 맞춰지는 구조다. 결국 루나를 시중에 더 풀어도 루나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암호화폐 투자 심리가 악화하자 문제가 됐다. 테라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1달러보다 떨어졌을 때 루나를 발행하면 루나의 가격이 더 폭락하고, 테라의 가치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루나가 폭락하면서 루나 시총이 테라 시총보다 줄어든 것도 불안 심리에 영향을 줬다. 루나만으로는 테라 투자자들의 현금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테라 보유자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코인업계의 ‘뱅크런’이 본격화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