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제연구원장과 학회장들은 금융·세제와 관련해 ‘관치’의 유혹에서 벗어날 것을 윤석열 정부에 주문했다. ‘민간 주도 성장’이란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금융을 집값 잡기 등 정책에 동원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누더기가 된 세제를 단순화하고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복원할 것도 강조했다.

관치 유혹 버리고 시장 믿어야

연구원장과 학회장들은 부동산 가격 잡기, 코로나19 대응 등의 명목으로 심화한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을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금융 시장으로까지 전이시켰다”며 “정부가 개입할수록 자원 배분의 왜곡은 심화되고 좀비 기업·가계 등 미래의 부실만 커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있었다. 위경우 한국금융학회장은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 부채가 경제 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늘어나는 대출을 감당할 만큼 일자리가 확보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매달리기보다 국내 자본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외환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원화가 투기 세력에 굉장히 취약해진다”며 “억지로 위험을 안기보단 외국인 장기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한국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은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추진 중인 금융 공공기관 이전 공약도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누더기 된 세제 단순화해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잠재성장률 제고가 새 정부의 당면 과제”라며 “성장률을 높이려면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세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세의 기본 원칙은 세원은 넓히면서 세율 인상은 최대한 낮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잡해진 세제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의미의 ‘양포 세무사’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지금의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며 “최대한 단순하게 세제를 정상화하고 세법 개정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교수는 “부동산, 파생상품, 주식 등 투자 상품 종류에 따라 양도소득세율이 제각각인 것도 세제의 복잡성을 높이고 있다”며 “세제를 대증요법처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정환/김대훈/정의진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