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서울시 구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실시되고 있다../김영우 기자
지난해 9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서울시 구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실시되고 있다../김영우 기자
우리나라 제조업과 농축수산업 건설업 등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비전문취업 E-9 비자)만 1만4000명으로 지난해 연간 입국 수치(1만 5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사태 발발 당시인 2020년 연간 입국 수치(6690명)와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로 국경이 닫힌 지 2년여만에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아온 중소제조업 공장과 농어촌, 건설공사 현장에 ‘온기’가 다시 전해질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수준 회복…올해 작년대비 10배 입국한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1월부터 4월까지 네팔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1만 4000여명으로 이달까지 합치면 2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 월 평균 800명 가량 입국하던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1월부터 매월 3000명으로 늘더니 4월부터는 5000명대가 됐고 이번달엔 6000명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월 입국자수 기준으로 코로나19사태 이전 수준인 월 4000~5000명대를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내 한 제조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내 한 제조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다만 이번에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올해 수요 인력은 아니다. 2020~2021년 중소제조업 농수산업 건설업 등에서 필요하다고 정부에 신청한 인력들이다. 코로나19사태로 이들의 입국이 1년이상 지체된 것이다. 올해 입국 수요(5만9000여명)를 제외하고 입국이 밀린 인력 규모는 지난 2월말 기준 4만1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농촌 현장의 긴급 수요를 감안해 다음달부터 매월 1만명씩, 올해 총 10만명을 입국시켜 수요 적체를 올해안에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작년 입국자수의 10배 규모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장은 “이대로라면 내년부터는 기업이 정부에 신청한 후 3개월안에 입국이 가능해 외국 인력 수급의 ‘완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만큼 심각한 '中企 농어촌 인력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정상화된 데는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요구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과 농수산업 건설업 등은 코로나19 사태에 엎친데 덥친격으로 일손마저 부족해지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생존 위기에 몰렸다. 국내 57만개 중소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막힌데이어 작년부터 주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되자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야근 잔업 수당이 줄어들자 기존 숙련공들이 돈이 되는 택배와 배달시장 등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중소제조업은 외국인 근로자 수요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금형 표면처리 단조 등 뿌리기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55만명 중 약 10%인 5만3000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0월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중인 제조업체 792곳을 조사한 결과 92.1%가 “외국인 근로자 입국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1월 중소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 ‘당면한 현장 애로사항’으로 인력문제라는 응답이 31.7%를 차지해 ‘원자재 가격 인상 및 납품단가 문제’(28.0%)보다 높게 나왔다. 농촌 현장 역시 농사철 일손이 부족해지다보니 국제 결혼 이민자의 방문 동거인이나 단기취업비자 체류자를 구해 외국인 근로자 공백을 메워야했다.
강원 춘천시 한 농장에서 햇감자를 수확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연합뉴스
강원 춘천시 한 농장에서 햇감자를 수확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연합뉴스

중기중앙회는 백신접종 의무화, 유전자증폭(PCR) 검사 확대, 자가격리시설 확대 등을 조건으로 외국인 입국 제한을 풀어줄 것을 정부에 계속 건의했고 일상 회복을 검토중이던 방역당국도 이를 받아들였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월별 수백명 수준으로 정해놓은 ‘입국인원 상한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전까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중국 등 6개 국적만 입국이 가능했지만 이후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10개국에서도 추가 입국이 가능해졌다. 또 자가격리 의무일도 기존 14일에서 3일로 점차적으로 줄여나갔다. 국토교통부 역시 항공편 운항을 늘렸고, 법무부도 E9 비자에 대해 신속하게 발급을 확대했다. 중기중앙회와 고용부, 산업인력공단 등은 1500실 규모의 자가격리시설을 확보해 입국 절차를 도왔다.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연명하는 중기들…"완전정상화까진 멀어"
다만 중소기업 제조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비전문취업 E-9 비자) 근무인원은 지난 3월 현재 16만1900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22만3000명)의 72.6%수준이다. 경북지역 한 뿌리기업 대표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안돌아갈 정도”라며 “이 일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정부도 단속하면 지역 경제가 망가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단속을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 고령화가 심각해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소제조업계와 농촌에선 생존을 위해 비자 만료기간이 지난 불법체류자를 쓰는 곳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한시적으로 인력중개업체로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 받기 때문에 이들이 불법체류자인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