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경영권을 갖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부산 해운대점 부지를 매각한다. 부동산 개발사가 이 부지를 인수해 기존 건물을 허물고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새 건물 지하층을 재임차해 매장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해운대점 부지를 팔기로 하고 최근 원매자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배포했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지역에 있는 해운대점은 약 1만7000㎡ 부지에 지하 1층~지상 6층 건물로 구성돼 있다. 업계는 부지 매각금액이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7조2000억원으로, 당시 아시아 지역 경영권 거래 중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온라인 전환이 늦는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0회계연도에 6조9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됐던 2015회계연도 매출(6조746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췄다.

MBK파트너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지 매각을 통한 ‘자산 경량화’를 추진해왔다. 2019년에는 전국의 매장 51개를 묶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상장시키려다 투자 수요 부진으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개별 부지 매각에 나섰다. 최근 2년간 대전 둔산점, 경기 안산점, 대구점 등을 연달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2020년 2월 말 322억원에서 2021년 2월 말 7864억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반발로 자산 매각이 순탄한 상황만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전국 매출 5위 안에 드는 알짜 매장인 홈플러스 부산 가야점을 매각하려다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부지 매각 후 다시 임차해 계속 매장을 운영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으로 선회했다.

박시은/이지훈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