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주소주 공장 이용해 올해 1천만 병 수출 목표

신세계그룹의 주류전문기업 신세계L&B가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옛 제주소주 공장을 활용해 수출 전용 과일소주 생산에 나서기로 해 제주도 안팎에서 관심이 쏠린다.

[통통 지역경제] 신세계L&B, 제주 발판 삼아 동남아에 과일소주 수출

신세계L&B는 6월부터 알코올 12%의 낮은 도수 과일소주를 생산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 제주소주는 실패했지만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3월 제주소주 사업을 접었다.

2016년 165억원을 들여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했지만, 매년 적자 규모가 커져 2019년 영업손실 141억원, 2020년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그룹은 제주소주 사업에서 철수하기까지 인수 비용을 포함해 총 75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참이슬과 처음처럼, 한라산소주 등 기존 제품에 크게 밀리면서 제주도 내에서도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제주소주 공장은 지난해 3월 이후 가동을 멈췄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L&B는 지난해 8월 제주소주를 합병하면서 제주소주 공장 시설과 부지를 확보하고 제주사업소를 지점으로 등록했다.

1년여 멈춘 와산리 공장은 과일소주 수출을 위해 내달 재가동될 예정이다.

[통통 지역경제] 신세계L&B, 제주 발판 삼아 동남아에 과일소주 수출

◇ 와인 수입 1위 업체서 종합주류업체 도약 시도
신세계L&B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겠다"며 2008년 세운 이마트의 자회사다.

이마트의 계열사를 통해 와인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신세계L&B는 와인 수입사를 넘어 종합주류업체로 사업을 확대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번 위스키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한 달 만에 1만1천 병 이상을 판매했고, 지난달에는 스페인의 업체와 협업해 생산한 발포주 레츠(Lets)를 선보이며 국내 맥주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레츠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함량 비율이 9%인 발포주로 500㎖ 1천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선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가 넘어야 맥주로 분류된다.

신세계L&B는 최근 위스키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특허청에 위스키 14종의 상표를 출원하며 제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했다.

양조·증류 등 위스키 제조 공정을 구축하고, 신규 위스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인력 채용도 하고 있다.

이번 과일소주 수출 계획 발표는 종합주류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전략적 신호로 해석된다.

◇ 'K푸드' 열풍의 한 축 과일소주
[통통 지역경제] 신세계L&B, 제주 발판 삼아 동남아에 과일소주 수출

최근 수년간 동남아,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과일소주는 'K푸드' 열풍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부는 아시아와 미국 등 시장에 대한 지난해 과일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63.3%나 증가한 8천95만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3.7% 수출액이 감소한 일반 소주 수출액 8천242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일소주에 대한 해외 시장의 수요가 폭증했다.

2015년 하이트 진로가 자몽에이슬을, 롯데칠성음료가 순하리 등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2017년부터 과일소주 수출액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시작된 2019년부터는 연간 200%에 가까운 수출 신장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각각 80여 개국, 50여 개국에 과일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신장세에 블루베리, 딸기, 요구르트 등 현지 전용 제품도 계속해 선보이고 있다.

소주 생산설비와 면허를 보유한 신세계L&B의 입장에선 이와 같은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국산 과일소주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과일소주 수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 주류유통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일소주를 생산해 올해 1천만 병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제주소주 공장 재가동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통통 지역경제] 신세계L&B, 제주 발판 삼아 동남아에 과일소주 수출

신세계L&B는 지난해 6월 제주소주를 합병해 공장과 부지를 소유한 상태여서 과일소주를 생산하는데 기존 공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과일소주의 생산은 일반 소주 생산 공정에서 맛과 향을 내는 원료를 첨가하는 한 단계의 공정만 추가하면 된다.

신세계L&B는 우선 생산 인력 20명을 고용해 6월부터 생산라인에 배치할 계획이며, 동남아 주류유통 업체와 협의는 1∼2주 이내에 마칠 예정이다.

주류업계는 이번 신세계의 과일소주 시장 진출이 해외 과일소주 시장의 성장을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L&B는 현재 어떤 과일 맛을 내는 소주를 생산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생산 계획에 대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지만, 과일소주 제품이 '청정 제주'의 브랜드를 잘 활용해 해외에서 주목 받는다면 국내 출시도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된다.

옛 제주소주 공장의 재가동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공장에 필요한 가동인력 20명이 고용된다.

제조업체가 드문 제주도에선 적은 수라고 보기 힘들다.

수출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되면 국내 시장 공략에도 나설 것이 자명하기에 도내 제조업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