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MG손해보험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최근 지급여력(RBC)비율 하락 등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다른 보험사들도 ‘어부지리’ 효과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번 판결로 보험사에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요구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상실했다며 향후 선량한 계약자 및 투자자 피해 등이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3일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판결을 내리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형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상승에 따른 RBC비율 하락은 보험업계의 공통 현안이어서 이번에 MG손보가 승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었다”며 “다만 금융당국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한 일격을 당한 만큼 앞으로 정책 방향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올 들어 시장금리 급등으로 RBC비율이 급락해 자본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RBC비율이 하락한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돼 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만큼 최소한 올해 말까지 기존 RBC비율에 따른 적기시정 조치를 유예하는 등 당국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이번 MG손보 판결로 이 같은 보험업계의 건의가 금융당국이 아니라 법원에 의해 자동적으로 수용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소송 과정에서 “MG손보 자본 잠식은 만기보유증권(채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시가 평가해 얻어진 결과로 IFRS17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순자산이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 다른 보험사 역시 RBC비율이 법적 기준(100%)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연말까지는 MG손보와 같은 방식으로 당국의 적기시정 조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연히 법원 판단은 존중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보험사 재무 건전성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계와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