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중고차 가격이 이달 들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새 차 가격을 웃돌 정도였던 중고차값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에 맞닥뜨렸다는 평가다. 중고차 가격 조정을 계기로 신차 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올라도 너무 올라 못 사겠다"…국산·수입 중고차, 가격 꺾이나
4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직영 플랫폼인 케이카는 이달 들어 중고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 개 모델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다. 케이카는 “분석한 740여 개 모델 중 국산 차는 약 50%, 수입 차는 46%가 중고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만 해도 이 비중은 국산 모델 19%, 수입 모델은 10%에 그쳤다. 한 달 만에 중고차값 하락이 전반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로 전환된 것이다. 케이카는 르노, 쌍용 등 중견업체 매물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벤츠, BMW 등 대부분 브랜드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카는 이 같은 전망의 이유로 ‘카플레이션으로 인한 시장 정체’를 들었다. 한마디로 ‘중고차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소비자가 차를 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1년6개월을 넘어갈 정도로 공급난이 계속되자 중고차 가격이 신차를 넘어선 올 1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1분기엔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차 구매가보다 5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중고차 가격이 비싸졌다.

그러나 중고차 가격 부담이 너무 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이 가격엔 도저히 못 산다’는 심리적 저항선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일 케이카 가격관리(PM) 팀장은 “높아진 차량 가격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고, 중고차 구입 시장이 정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세가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뿐 아니라 급등하던 미국 맨하임 중고차지수도 최근 1~2개월 사이 조정받고 있다. 다만 중고차 지수 하락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차 가격이 조정되면 신차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치솟는 차값을 무한정 받아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중고차 시장에서 확인될 경우 신차 가격 인상도 제한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원료값 상승을 신차 판매 가격에 전가해 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