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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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이 5월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한은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했으며, 올해 3월엔 4.1%로 4%대를 넘어섰다.

당분간 물가 상승률은 4%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전날 물가 점검 회의에서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압력 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4%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아직 정점이 도달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5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되지만, 공공요금 연료비 조정도 여러 차례 예정돼 에너지 관련 물가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세 완화로 여행 등 개인 서비스 물가는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2~3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4월 소비자물가 등락 품목 중 국내단체여행비는 9.6% 상승했고, 국제항공료는 6% 오르는 등 여행 부문의 물가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추가로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도 강하다는 점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가 높을수록 경제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이면서 물가 상승세를 더 높일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맨 오른쪽)가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맨 오른쪽)가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5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 우려를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기존 3분기에서 5월로 조정한다"며 "총재도 물가 우려와 선제 대응을 강조했는데,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제약하고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내부적으로도 추가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4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 총재 공석으로 금통위 의장 역할을 대행했던 주상영 금통위원을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이 모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 금통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하향, 물가를 상향 조정한 시나리오에도 금리 인상 필요성은 여전하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경기회복 모멘텀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지만, 역사적 경험과 이론적 측면 모두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부정적 물가 충격 대응에 필수적이며 통화당국은 이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